서론: 미래 가치의 현재화와 손해배상 제도의 경제학적 근본 원리
불법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신체를 훼손한 가해자는 피해자가 그 사고로 인하여 장래 얻을 수 있었던 수입의 상실액, 이른바 ‘일실수입(Lost Income)’을 배상할 책임을 진다. 앞서 작성한 포스트에서 다루었던 호프만식 계산법(Hoffmann Method)의 기초 개념에 이어, 본 글에서는 실무적으로 가장 치열한 법적, 수학적 공방이 벌어지는 지점인 ‘호프만계수 240 한도액’의 적용 원리와 그 예외적 상황에 대해 살펴본다. 손해배상 제도의 가장 기본적인 이념은 피해자를 사고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원상회복에 있으며, 물리적인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신체적 장해의 경우 금전적 배상을 통해 그 경제적 지위를 보전하게 된다.
그러나 장래에 매월 혹은 매년 순차적으로 발생할 수입을 현재 시점에서 일시불로 선지급받게 될 경우, 자본의 시간적 가치(Time Value of Money)로 인해 중대한 경제적 역설이 발생한다. 피해자는 수령한 배상금을 금융기관에 예치하거나 투자함으로써 이자 수익을 얻게 되며, 이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얻을 수 없었던 추가적인 부당이득을 의미한다. 손해배상 법리는 피해자의 손해를 완전하게 보전하되, 피해자가 사고 이전보다 더 큰 경제적 이익을 누리게 되는 ‘과잉배상(Over-compensation)’을 엄격하게 경계한다. 따라서 장래의 수입에서 그 기간에 해당하는 중간이자를 선제적으로 공제하여 현재가치(Present Value)로 환산하는 절차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며, 대한민국 법원은 이 과정에서 복리 방식의 라이프니츠(Leibniz) 계산법 대신 단리 방식의 호프만식 계산법을 확고한 실무 원칙으로 채택하고 있다.
본 글에서는 대법원 2022. 6. 16. 선고 2022다211393 판결을 중심으로, 가동할 수 있는 총기간이 414개월을 초과하여 호프만계수가 240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미성년자이거나 군복무 등의 이유로 순이익을 얻을 수 없는 ‘공백 기간’이 포함된 경우, 이 240 한도를 어떻게 수리적으로 적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부분을 살펴본다.

일실수입과 중간이자 공제: 호프만식 계산법의 법리적 한계와 240 계수의 기원
교통사고 등 불법행위로 인해 노동능력을 상실한 피해자의 장래 일실수입을 현재 시점에서 일시금으로 배상받을 때, 그 중심에는 ‘호프만식 계산법’이 자리 잡고 있다. 호프만식 계산은 단리(Simple Interest) 방식을 사용하여 미래의 가치를 현재가치로 할인한다. 기본 공식은 현가(X)를 구하기 위해 장래의 수입(A)을 1 + (n \times r)로 나누는 구조를 취한다. 여기서 n은 장래 수익이 발생하는 기간(보통 개월 수)을, r은 법정이율을 의미한다.
매월 발생하는 일실수입을 총합하기 위해 실무에서는 매월의 할인율을 누적하여 계산해 둔 ‘호프만계수표(월단위 수치표)’를 사용한다. 피해자의 월평균 소득(일용노임 등)에 노동능력상실률을 곱하여 산출된 월 단위 손해액에, 가동할 수 있는 총기간에 해당하는 이 호프만계수를 곱하면 손쉽게 전체 일실수입 현가를 도출할 수 있다.
그러나 단리 방식의 할인율을 지속적으로 누적하다 보면 어느 순간 수학적 한계점에 봉착하게 된다. 대한민국의 민사 법정이율은 연 5%이며, 이를 월 단위로 환산하면 5/1200이다. 기간 n이 증가함에 따라 호프만계수도 계속 상승하게 되는데, 만약 가동할 수 있는 기간이 414개월을 초과하게 되면 그 월단위 누적 수치표상의 단리연금현가율은 ‘240’이라는 임계점을 돌파하게 된다.
이 ‘240’이라는 숫자는 손해배상 법리에서 극명한 경제적 모순을 의미한다. 만약 피해자가 호프만계수 240을 적용하여 매월 입는 손해액의 240배에 달하는 금액을 일시금으로 수령했다고 가정해 보자. 피해자가 이 배상금을 은행에 예치하여 연 5%의 단리 이자를 받는다면, 1년 동안 발생하는 이자는 원금의 5%이다. 이를 12개월로 나누면 매월 발생하는 이자 수익은 원금의 약 0.416%(1/240)가 된다. 즉, 원금이 월 손해액의 딱 240배가 되는 순간, 피해자가 배상금 원금을 전혀 건드리지 않고 오직 은행에서 지급받는 이자만으로도 사고가 없었더라면 매월 벌었을 실제 노동 수익 액수와 정확히 일치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호프만계수가 240을 초과하여 300이나 400이 적용된다면 어떻게 될까? 피해자는 매월 발생하는 은행 이자만으로 자신의 월평균 소득을 초과하는 불로소득을 얻게 되며, 가동 연한이 종료된 후에도 손실 보전을 위해 지급받았던 막대한 원금이 고스란히 남아 상속재산이 되는 기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가해자에게 피해자의 실제 손해를 초과하는 징벌적 부담을 지우는 셈이며, 피해자가 사고를 통해 오히려 이전보다 더 풍요로워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손해배상법의 ‘공평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이러한 과잉배상의 딜레마를 막기 위해 대한민국 대법원은 1985. 10. 22. 선고된 85다카819 판결과 1996. 4. 12. 선고된 96다5667 판결 등을 통해, 호프만식 계산법에 의하여 중간이자를 공제하는 경우 중간이자 공제기간이 414개월을 초과하여 수치표상의 계수가 240을 넘게 되면 그 수치가 얼마인지를 불문하고 상한선을 ‘240’으로 제한하여야 한다는 확고한 판례 법리를 수립하였다. 이는 법적 정의를 수학적 논리로 방어해 낸 훌륭한 판례로 평가받아 왔다.
미성년자 및 군복무 등 순이익 공백 기간의 발생과 실무적 난제
앞서 설명한 ‘240 한도’의 원칙은 피해자가 사고 직후부터 즉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상태, 즉 성인(만 19세 이상)이며 군복무 등의 제약 요건이 없는 상태일 때는 매우 직관적이고 명확하게 작동한다. 이 경우 전체 기간에 대한 호프만계수가 250이든 350이든 단순히 240을 곱하여 일실수입을 확정하면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 소송 실무에서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며, 그중 가장 복잡한 난제를 야기하는 것이 바로 ‘순이익을 얻을 수 없는 공백 기간(Gap Period)’의 존재이다. 본 대법원 2022다211393 사건의 피해자는 사고 당시 만 14세의 미성년자였다. 대한민국 법률상 미성년자는 원칙적으로 가동 능력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사고 발생 시점부터 그가 성년이 되는 시점까지의 기간, 나아가 건강한 남성이라면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했을 군복무 기간 등은 장래 수입이 발생하지 않는 기간으로 간주되어 일실수입 배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러한 지연된 일실수입 산정 방식에서는 전체 총기간에서 공백 기간을 수학적으로 도려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호프만식 계산 구조에서는 미래 특정 구간의 가치를 구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뺄셈 공식을 취한다.

문제는, 피해자가 젊을수록 ‘가동 종료일(일반적으로 만 65세가 되는 달)’까지의 총기간은 414개월을 가볍게 초과하여 500~600개월에 육박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 상황에서 법원이 수십 년간 고수해 온 ‘240 한도의 대원칙’을 위 공식의 어느 단계에, 어떤 방식으로 개입시킬 것인가를 두고 하급심 법원과 원·피고 대리인들 사이에 치열한 해석의 충돌이 발생해 왔다.
원심의 수학적 오류: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나78638 판결의 기계적 삭감 분석
원심이 직면한 사실관계와 산정 기준은 다음과 같았다.
- 사고 발생일: 2011년 6월 11일
- 사고 시점부터 가동 종료일까지의 총기간: 603개월
- 총기간 603개월에 해당하는 실제 월단위 단리연금현가율(호프만계수): 301.1613
- 사고 이후 피해자가 성년에 이르는 등 순이익을 얻을 수 없는 최초 공백 기간: 51개월
- 최초 공백 기간 51개월에 해당하는 호프만계수: 46.1567
원심 재판부는 일실수입을 계산하기 위해 앞서 언급한 뺄셈 공식을 적용하고자 했다. 그러나 원심은 뺄셈을 수행하기 전에 공식의 앞부분, 즉 ‘총기간 계수’에 주목했다. 603개월의 계수가 301.1613으로 240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원심 재판부는 대법원의 과잉배상 금지 판례를 떠올렸다. “총기간의 계수가 240을 넘었으므로, 앞자리의 수치인 301.1613을 즉시 240으로 깎아버려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원심 재판부는 산정 공식의 기준점을 301.1613이 아닌 240으로 강제 치환해 버렸고, 그 결과 피해자에게 240 – 46.1567(공백기간 계수) – 기타 추가 공백 계수라는 극도로 축소된 수식이 적용됐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표면적으로는 ‘240 한도 준수’라는 대법원 판례를 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피해자가 정당하게 배상받아야 할 수천만 원에서 억대에 이르는 금액을 허공에 증발시키는 법리 오해이자 수학적 왜곡이다. 과잉배상 금지라는 법리의 진정한 취지는 “피해자가 최종적으로 손에 쥐게 되는 유효 계수의 합이 240을 넘지 않도록 통제”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지, 계산의 출발점이 되는 명목상 총기간 계수 자체를 240으로 고정하라는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법원 2022다211393 판례의 법리적 전환: 순현가율 산정의 2단계 구조
피해자 측 상고를 통해 사건을 접수한 대법원은, 이 기계적 삭감 방식이 일실수입 산정 법리에 대한 중대한 오해임을 명확히 선언하고 원심판결의 원고 패소 부분 중 일실수입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부분을 파기환송하여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제시한 논리의 핵심은 수학적 순서의 정상화에 있다. 대법원은 414개월을 초과하여 계수가 240을 넘더라도, 그 중간에 피해자가 순이익을 얻을 수 없는 기간이 포함되어 있다면 과잉배상 여부를 판단하는 시점을 뒤로 미루고 선행 공제를 먼저 수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결문에 적시된 올바른 산정 공식은 엄밀한 2단계 구조로 이루어진다.
[1단계] 실질적 가치인 ‘순현가율(Net Coefficient)’의 우선 도출 원심처럼 240을 먼저 들이대는 것이 아니라, 월단위 수치표상에 기재된 실제 총기간의 계수를 그대로 가져온 뒤, 거기에서 수익이 없는 공백 기간의 계수를 빼서 피해자가 실질적으로 일하게 될 기간의 ‘순현가율’을 확인한다. 본 사건에 대입하면, 603개월의 실제 계수인 301.1613에서 최초 공백 기간 51개월의 계수인 46.1567을 공제한다. $301.1613 – 46.1567 = 255.0046$ 이 $255.0046$이라는 수치가 바로 원고가 51개월 이후부터 가동 종료 시까지 실제로 일해서 얻게 될 장래 수입의 잠재적 현가율이다.
[2단계] 240 한도와의 비교 및 초과분 차감을 통한 ‘최종 기준 계수’ 확정 도출된 순현가율($255.0046$)을 비로소 대법원의 대원칙인 240 한도와 비교한다. 만약 1단계에서 뺀 결과값이 240을 넘지 않았다면, 예를 들어 결과가 230이었다면, 과잉배상의 위험이 없으므로 애초의 총기간 계수(301.1613)를 공식의 앞자리에 그대로 두고 계산을 끝까지 진행하면 된다. 그러나 본 사건에서는 순현가율 $255.0046$이 240을 초과하였다. 이 초과분만큼이 바로 피해자가 부당하게 챙기게 될 ‘과잉배상’의 몫이다. 따라서 이 초과분만을 도려내야 한다.
- 초과분 계산: $255.0046 – 240 = 15.0046$
- 산정 공식 앞자리에 들어갈 유효 기준 계수 재조정: 원래의 총기간 계수 301.1613에서 방금 구한 초과분 15.0046만을 뺀다.
- 결과값: 286.1567
대법원은 이 정교한 수리적 검증을 거쳐 도출된 286.1567이야말로 뺄셈 공식의 윗단(적용 호프만 란의 총기간 기준값)에 들어가야 할 유일하고도 타당한 수치라고 선언했다.
[비교] 원심 방식과 대법원 방식의 재무적 격차
이러한 수리적 구조의 차이가 피해자의 최종 배상액에 어떠한 파급 효과를 미치는지 구체적인 수치로 비교해 보면 그 중대성을 실감할 수 있다.
| 산정 단계 구분 | 원심 재판부 (파기 대상) | 대법원 판례 (정상화) |
| 적용 대상 총기간 (개월) | 603개월 | 603개월 |
| 월단위 수치표상 실제 호프만계수 | 301.1613 | 301.1613 |
| 최초 공백 기간 (51개월) 호프만계수 | 46.1567 | 46.1567 |
| 공식을 시작하는 ‘기준 계수’ 설정 방식 | 실제 수치가 240을 넘었으므로 무조건 240으로 삭감하여 기준점 설정 | (301.1613 – 46.1567)이 240을 넘는 초과분 15.0046만을 원래 수치에서 차감하여 기준점 설정 |
| 최종적으로 확정된 ‘총기간 기준 계수’ | 240.0000 | 286.1567 |
| 기타 공백 기간(예: 95.8099) 추가 공제 시 | 240.0000 – 95.8099 | 286.1567 – 95.8099 |
| 피해자가 보상받는 최종 유효 현가율 | 144.1901 | 190.3468 |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 대법원 산정 방식을 따를 경우 피해자의 일실수입 산정에 궁극적으로 곱해지는 최종 유효 호프만계수는 190.3468로, 원심이 산정한 144.1901보다 무려 46.1567만큼 높게 도출된다.
이 46.1567이라는 계수의 차이는 단순한 숫자 놀음이 아니다. 만약 피해자의 월평균 일용노임이나 통계소득이 300만 원이고, 100% 노동능력상실 판정을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계수 1의 차이는 곧 현금 300만 원의 차이를 의미한다. 계수 46.1567의 차이는 약 1억 3,847만 원이라는 상당한 배상 원금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대법원 판례 핵심 요지
“
가동할 수 있는 총기간 자체가 414개월을 초과하여 그 현가율의 수치가 240을 넘더라도 그 중간에 피해자가 순이익을 얻을 수 없는 기간이 포함되었다면 그 현가를 산정함에 있어서 가동할 수 있는 총기간의 단리연금현가율에서 순이익을 얻을 수 없는 기간에 해당하는 단리연금현가율을 공제한 수치를 적용하게 된다.
그 경우에는 그 공제한 결과의 수치가 240을 넘지 않는다면 가동할 수 있는 총기간에 해당하는 단리연금현가율의 수치 그대로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240을 넘는다면 가동할 수 있는 총기간에 해당하는 단리연금현가율에서 그 240의 초과분을 차감한 수치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현가를 산정하여야 과잉배상의 문제가 발생하지 아니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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