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보험사고의 발생

피보험자(망인)는 2011년 12월 22일 및 2012년 4월 3일에 걸쳐 피고들(디비손해보험 및 메리츠화재해상보험)과 상해사망 담보가 포함된 보험계약을 각각 체결하였다. 해당 보험계약은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상해사고로 사망할 경우 보험수익자에게 약정된 보험가입금액을 지급하는 것을 주된 보장 내용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해당 보험약관 제17조 제2항은 명시적인 면책약관을 규정하고 있었는데, 그 내용은 “회사는 다른 약정이 없으면 피보험자가 직업, 직무 또는 동호회 활동목적으로 아래에 열거된 행위로 인하여 상해 관련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해당 보험금을 드리지 아니합니다”라고 규정하며, 그 세부 항목 중 하나로 “③ 선박승무원, 어부, 사공, 그 밖에 선박에 탑승하는 것을 직무로 하는 사람이 직무상 선박에 탑승하고 있는 동안”을 명시하고 있었다.

사고의 전말은 비극적이고도 돌발적인 해상 상황에서 비롯되었다. 망인은 2019년 7월 11일 18시 40분경 경상남도 통영시 항구에서 특정 선단의 종선에 기관장 자격으로 승선하여 조업을 목적으로 출항하였다. 다음 날인 2019년 7월 12일 새벽 1시경, 해상에서 선박의 추진력을 담당하는 스크루에 그물이 무겁게 감기는 중대한 운행 장애가 발생하였다. 선박의 정상적인 운행이 불가능해지자, 망인은 선장의 긴급한 지시에 따라 잠수복과 산소통 등 전문 잠수장비를 착용하고 캄캄한 밤바다에 직접 입수하여 스크루에 감긴 그물을 제거하는 위험한 수중 작업을 수행하였다. 그러나 이 작업 도중 망인은 불행히도 실종되었으며, 같은 날 오전 10시 11분경 그물과 함께 선박의 스크루에 감겨 사망한 참혹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선박 탑승 중 사고 배

2. 상해사망 보험금 청구와 보험사의 부지급결정

망인의 유족인 상속인들(원고들)은 보험사들을 상대로 상해사망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피고 보험사들은 본 사건이 약관에서 명시한 ‘선박승무원 등이 직무상 선박에 탑승하고 있는 동안’ 발생한 사고에 명백히 해당하므로 면책약관이 적용된다고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전면 거절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사고 발생 당시 망인이 이미 선박의 갑판을 떠나 바닷속으로 잠수하여 수중 작업을 하던 중이었으므로, 이를 문언 그대로 ‘선박에 탑승하고 있는 동안’이라고 해석할 수 없다며 팽팽하게 맞섰다.

3. 원심 법원의 판단 : 보험사 면책 주장 배척(보험금 지급)

본 사건의 제1심 및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들의 주장을 인용하여 보험사의 면책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은 이 사건 사고가 망인이 이 사건 선박에서 완전히 벗어나 수중으로 깊이 잠수하여 작업을 하던 중 발생한 사고라는 점에 주목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수중 잠수 행위는 선박에 탑승하는 경우 통상적이고 일반적으로 수반되거나 탑승 전후에 걸쳐 공간적, 시간적으로 불가분하게 이어지는 일련의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즉, 원심은 ‘탑승(搭乘)’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 즉 사람의 신체가 운송수단의 구조물 내부에 물리적으로 적재되어 있거나 접촉해 있는 상태라는 점에 주목하여 면책약관의 적용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한 것이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소비자에게 유리한 해석 원칙(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처럼 보이나, 선박의 운행과 해상 노동의 실질적인 특수성을 도외시했다는 문제가 있다고 보인다.

창원지방법원 2022. 8. 19. 선고 2021나58407 판결

위 법리, 앞서 든 각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면책약관에서 정한 면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이 사건 면책약관에서 ‘선박승무원, 어부, 사공, 그 밖에 선박에 탑승하는 것을 직무로 하는 사람이 직무상 선박에 탑승하고 있는 동안’에 생긴 손해를 면책 사유로 정하고 있는 것은, 위의 경우 이 사건 보험계약이 기본적으로 예정하고 있는 위험보다는 위험 발생의 가능성이 커서 이를 보험의 담보 범위에서 제외하려는 취지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면책조항은 보험계약자 내지 보험수익자의 권리를 배제하는 조항이므로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하고, 설령 면책조항에서 열거하고 있는 사유보다 위험 발생의 가능성이 크다고 하더라도 위 면책조항에서 열거하지 아니한 경우까지 면책조항을 유추 내지 확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나) 일반적으로 탑승은 자동차, 항공기, 기차, 선박 등에 올라타는 것을 의미하고, 탑승 전후에 걸쳐 탑승과 밀접하게 이어지는 일련의 행위 역시 탑승의 개념에 포함된다고 봄이 상당하나, 이러한 경우에도 탑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로서 탑승으로 볼 수 있는 행위는 선박승무원, 어부, 사공, 그 밖에 선박에 탑승하는 것을 직무로 하는 사람이 선박에 탑승하고 있는 동안 일반적으로 수반되거나 탑승 전후에 걸쳐 불가분적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행위에 한정된다고 할 것이다.
다)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이 (생략)에서 벗어나 수중으로 잠수하여 작업을 하던 중 발생한 사고로서 이러한 잠수행위가 선박에 탑승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수반되거나 탑승 전후에 걸쳐 불가분적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

선박 탑승 중 사고 배2

3. 대법원의 파기환송 : 약관의 체계, 규정 목적, 제도의 취지를 종합한 해석

그러나 대법원(제3부, 주심 대법관 오석준)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피고 디비손해보험의 패소 부분을 전격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창원지방법원에 환송하였다..

대법원 판시의 핵심 논거는 다음과 같다. 우선 이 사건 면책약관은 선박이라는 운송수단이 본질적으로 침몰, 좌초, 풍랑 등 이른바 ‘해상 고유의 위험(Perils of the Sea)’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어, 육상 교통이나 다른 운송수단에 비하여 그 운행 과정에서의 돌발적인 사고발생 위험성이나 그로 인한 대규모 인명피해 가능성이 현저히 높다는 경험칙을 고려하여 규정된 것이다. 또한, 해당 약관은 ‘선박승무원 등이 직무상 선박에 탑승하고 있는 동안’이라는 포괄적인 시간적, 상태적 개념만을 면책사유로 정하고 있을 뿐, 선박 위에서 이루어지는 그물 던지기, 조타, 수리 등 구체적이고 특정한 개별 행위를 열거하여 면책사유로 제한하고 있지 않다.

대법원은 이러한 약관의 문언 체계, 규정 목적, 제도의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통찰할 때, “선박승무원 등이 선박에 탑승한 후 선박의 위치를 이탈하였더라도, 선박의 고장 수리 등과 같이 선박 운행을 위한 직무상 행위로 인하여 선박에서 일시적으로 이탈한 경우로서 그 이탈의 목적과 경위, 이탈 거리와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전체적으로 선박에 탑승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이 사건 면책약관이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사고에서, 선원인 망인은 조업을 위해 선박에 탑승하고 있던 중 발생한 스크루 그물 감김 현상, 즉 ‘선박의 고장 혹은 이상 작동’을 긴급히 점검하고 수리하기 위하여 선장의 지시에 따라 일시적으로 선체를 이탈한 것이었다. 따라서 이는 전체적으로 망인이 직무상 이 사건 선박에 탑승하고 있는 동안 발생한 사고, 즉 해상 고유의 위험이 직접적으로 발현된 사고라고 보아야 하므로, 면책약관이 적용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다272169 판결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이 사건 면책약관은 선박의 경우 침몰·좌초 등 해상 고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다른 운송수단에 비하여 그 운행 과정에서의 사고발생 위험성이나 그로 인한 인명피해 가능성이 높은 점을 고려하여 규정된 것으로, ‘선박승무원 등이 직무상 선박에 탑승하고 있는 동안’을 면책사유로 정하고 있을 뿐 특정한 행위를 면책사유로 정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이 사건 면책약관의 문언이나 목적,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보면, 선박 승무원 등이 선박에 탑승한 후 선박을 이탈하였더라도 선박의 고장 수리 등과 같이 선박 운행을 위한 직무상 행위로 선박에서 일시적으로 이탈한 경우로서 그 이탈의 목적과 경위, 이탈 거리와 시간 등을 고려할 때 전체적으로 선박에 탑승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이 사건 면책약관이 적용될 수 있다.
2) 이 사건 사고는 선원인 망인이 이 사건 선박에 탑승하고 있는 동안 발생한 선박의 고장 혹은 이상 작동을 점검·수리하기 위하여 선장의 지시에 따라 일시적으로 선박에서 이탈하여 선박 스크루 부분에서 작업을 하다가 발생한 것으로 전체적으로 망인이 직무상 이 사건 선박에 탑승하고 있는 동안 발생한 사고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면책약관이 적용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사고에 이 사건 면책약관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약관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 F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선박 탑승 중 사고 잠수부

4. 시사점

보험금과 보험약관의 해석을 둘러싼 많은 쟁점들이 존재한다. 이 사건 사고의 선박을 비롯하여 자동차 등 우리 주변의 ‘탑승’이 가능한 이동수단과 관련된 보험사고 사례는 무수히 많다.

다음에는 이와 관련된 쟁점과 보험약관의 해석 원칙 등,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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