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에서 발생하는 보행자와 자동차(혹은 오토바이) 간의 사고는 그 피해의 심각성뿐만 아니라, 사고 이후 진행되는 합의금 산정 과정에서 개별 사안에 따라 과실비율 분쟁이 생기곤 합니다.

흔히들 “횡단보도 위에서 일어난 사고니까 무조건 자동차가 100% 잘못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고 발생 시간이 한밤중(야간)이었는지, 신호등이 있었는지, 혹은 보행자가 갑자기 도로로 뛰어들었는지 등 수많은 변수에 따라 보행자에게도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60% 이상의 높은 과실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보행자 횡단보도 교통사고 발생 시 과실비율이 어떤 원리로 정해지는지 관련 대법원의 법리를 살펴보고, 실제 사건에 대한 재판이 이루어진 하급심 법원의 구체적 사례들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교통사고 과실비율(2) 보행자1

1. 보행자의 과실 : 보행자 스스로 조심해야 할 의무

교통사고 손해배상에서 가장 자주 듣게 되는 단어가 바로 ‘과실상계’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피해자(보행자)의 ‘과실’이란, 가해자처럼 남에게 피해를 입힌 적극적인 잘못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법원에서는 이를 ‘자기 자신의 몸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주의를 게을리한 것(약한 의미의 부주의)’으로 정의합니다.

이는 피해자에게 타인에 대한 적극적이고 법적인 주의의무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자기 자신의 신체와 재산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최소한의 조치를 게을리했다면 그로 인해 발생하거나 확대된 손해의 일정 부분을 피해자 스스로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라 할 수 있습니다.

가. 야간에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다 발생한 사고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횡단보도라고 할지라도 신호등이 아예 없는 곳이거나, 야간이라 가로등 불빛 없이 어두운 경우에는 보행자 역시 차가 다가오는지 좌우를 잘 살펴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만약 멀리서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차량을 두 눈으로 보았음에도 무작정 길을 건너려 했거나, 가로등도 없는 깜깜하고 넓은 3차선 도로를 아무런 확인 없이 건너다 사고가 났다면, 법원은 보행자 스스로 조심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여 그 비율만큼 손해배상액을 깎게 됩니다.

대법원 1986. 9. 9. 선고 86다카801 판결

그러나 원심이 적법히 채택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사고지점은 횡단보도이기는 하지만 교통신호등이 설치되어 있지 아니한 곳이었고, 사고당시는 밤이 깊은 22:00경(원심판결 설시의 20:00경은 오기로 보인다)이어서 시야에 장애가 있었던 사실, 한편 원고는 소외 허만광과 함께 대구 서구밤고개쪽에서 사고차량이 빠른 속력으로 진행하여 오고 있는 것을 보고서도 위 택시의 동태를 면밀히 살핌이 없이 만연히 중앙선을 넘어서려고 하다가 위 사고를 당한 사실을 엿볼 수 있는바,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이 사건 사고발생에 관하여 원고에게도 횡단보도를 횡단함에 있어 차량이 오는 쪽의 안전을 소홀히한 채 급히 건너 가려한 부주의가 있었다고 보여지고, 원고의 위와 같은 과실은 위 사고발생의한 원인이 되었다고 아니할 수 없으므로 원심으로서는 마땅히 피고의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 이러한 원고의 과실을 참작했어야 할 것인데도

대법원 1997. 12. 9. 선고 97다43086 판결

불법행위에 있어서 피해자의 과실을 따지는 과실상계에서의 과실은 가해자의 과실과 달리 사회통념이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공동생활에 있어 요구되는 약한 의미의 부주의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바(대법원 1983. 12. 27. 선고 83다카644 판결, 1992. 11. 13. 선고 92다14687 판결 등 참조), 원심이 확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 지점은 횡단보도이기는 하지만 교통신호등이 설치되어 있지 아니한 곳으로 노폭 21m인 편도 3차선의 비교적 넓은 도로이고, 사고 당시는 밤이 깊은 21:50경이며 부근에 가로등도 없어 횡단보도 상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면, 위 망인에게도 횡단보도를 횡단함에 있어 차량이 오는 쪽의 안전을 소홀히 한 채 횡단보도를 건너간 부주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마땅히 피고의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 이러한 망인의 과실을 참작했어야 할 것인데도 이를 참작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가 있다.

교통사고 과실비율(2) 보행자2

나.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 녹색점멸신호에 횡단 개시, 적색신호로 변경된 뒤에 발생한 사고

횡단보도의 녹색 신호가 깜빡이는 신호(점멸 신호)는 ‘곧 녹색 신호가 끝나고 적색 신호로 변경된다’는 신호입니다. 이 신호에 급하게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하다가 횡단 도중에 적색 신호로 바뀌어 도로 중간 지점에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된 경험이 있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이와 같은 경우에 사고가 발생하면, 보행자에게도 일부 과실이 인정됩니다.

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3다49252 판결

원심은, 소외인이 이 사건 택시를 운전하여 판시 편도 4차로 중 3차로를 신림사거리 방면에서 서울대 방면으로 진행하던 중, 횡단보도를 뛰어서 건너고 있던 원고를 위 택시의 앞 범퍼 부분으로 들이받아 원고로 하여금 상해를 입게 한 사실, 위 사고가 발생할 무렵 횡단보도의 보행신호등은 녹색등화가 점멸되고 있다가 이미 적색으로 바뀌어 있었던 사실을 각 인정하고 나서, 횡단보도를 횡단하고 있는 보행자는 보행자용 녹색등화가 점멸되고 있는 도중에는 신속하게 횡단을 완료하거나 횡단을 중지하고 보도로 되돌아와야 하는데도, 원고가 녹색등화의 점멸신호가 적색으로 바뀌기 전까지 횡단을 완료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 하여 이와 같은 원고의 과실을 20%로 평가하여 피고의 책임을 제한하였다.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과실상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아래 하급심 판결에서는, 보행자가 녹색점멸 신호에 횡단을 개시하였다가 적색 신호로 변경된 후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 사고 장소와 사고 경위를 고려하여 보행자의 과실을 20~35%로 보았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2. 7. 선고 2013가합539513(본소),2013가합555515(반소) 판결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는 최소한 보행 신호등이 녹색 점멸인 상태에서 뒤늦게 횡단을 시작하였다가 미처 다 건너지 못한 상태에서 위 신호등이 적색으로 바뀐 후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위와 같은 피고의 횡단보도 횡단 경위 및 기타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의 과실비율을 20%로 정함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책임은 80%로 제한된다.
1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도로는 편도 2차로인데, 피고는 D 진행 방향 좌측에 있는 보도(즉, 반대 차로에 인접한 보도)에서부터 횡단을 시작하여 횡단보도의 약 3/4 지점에 도달했을 때 이 사건 사고를 당했다.
2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는 78세의 고령의 노인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피고는 비교적 느린 걸음으로 횡단을 한 것으로 보이고, 사고가 발생한 도로가 평지였다는 점에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피고를 이 사건 사고 전에 충분히 발견하여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3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시각(10:10) 및 기상상태(교통사고보고에 따르면 흐림, 갑 제4호증의 2 참조)를 고려할 때 특별히 D의 시야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12. 23. 선고 2019가단5088992 판결

(1) 피고 C 버스 운전자는 2019. 2. 24. 18:44경 밀양시 밀양대로 1959 교차로 편도 2차로 중 1차로를 좌회전 신호에 따라 D 방면에서 삼문동 방면으로 좌회전하던 중 그 이전에 피고 차량 진행방향 좌측에서 우측으로 보행자 신호등 ‘녹색 점멸신호’에 횡단을 개시하여 횡단을 마치지 못하고 ‘적색신호’로 변경된 상태에서 횡단보도를 횡단하던 원고를 충격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2)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우측 발 외상성 절단상, 좌측 대퇴골 전자간 골절상 등의 상해를 입었고, 사고일부터 약5개월 정도 입원치료를 받았다.

다만,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로서도 야간에 녹색점멸 신호에 횡단보도를 개시하였고, 횡단도중에 녹색점멸신호가 적색신호로 바뀌었는데도 횡단보도를 신속히 건너지 못하였고 차량의 진행상황을 충분히 살피지 아니한 채 무단히 건너가다가 이 사건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러한 원고의 잘못을 손해액의 산정에 참작하기로 하되, 사고장소· 경위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원고의 과실을 35%로 봄이 상당하다.

다.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 녹색점멸 신호에 횡단하다가 발생한 사고

한편,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가 녹색점멸 신호일 때 급하게 뛰어서 횡단하다가 우회전하던 차량과 충돌한 사고에 대하여, 법원에서는 보행자가 주의의무(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6조 제2항 [별표 2])를 위반한 과실을 참작하여 보행자의 과실을 30%로 보았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 19. 선고 2022나17620 판결

C는 2020. 4. 18. 9:54경 피고 차량을 운전하여 서울 강남구 D건물 앞 사거리 교차로에서 강남역사거리 방면에서 구역삼세무서사거리 방면으로 우회전하기 위해 횡단보도 앞에서 정차하였다가 출발하였는데, 때마침 보행자 녹색신호가 점멸하는 상태에서 피고 차량 진행방향 우측에서 좌측으로 횡단보도를 뛰어서 횡단하기 시작한 원고를 우측 앞범퍼 부분으로 충격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가 발생하였다.

다만, 녹색등화가 점멸하는 경우 보행자는 횡단을 시작하여서는 아니되고, 횡단하고 있는 보행자는 신속하게 횡단을 완료하거나 그 횡단을 중지하고 보도로 되돌아와야 하는바(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6조 제2항 [별표 2]), 원고는 녹색등화가 점멸하는 상태에서 주위를 제대로 살피지 아니한 채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하다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피고의 책임을 70%로 제한한다

라. 차량 신호와 보행자 신호가 황색 점멸신호 점등 중에 발생한 보행자 사고

황색점멸신호는 ‘보행자나 다른 차량의 교통에 주의하면서 서행하여 통과’하라는 의미입니다(도로교통법시행규칙 [별표 2]). 차량 전방에 황색 점멸신호가 점등되어 있고, 그 앞에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어 횡단하는 보행자가 있다면 차량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을 완료한 후에 서행하며 통과하여야 합니다.

이와 같은 사고에 대하여 법원에서는 차량 운전자의 100% 과실을 인정하였습니다. 차량 신호가 황색 점멸신호 내지 적색 점멸신호인 경우에는, 차량 운전자의 입장에서 더욱 조심하여야 하겠습니다.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 2016. 9. 27. 선고 2014가단4970 판결

F은 2002. 4. 19. 16:20경 G 차량(이하 ‘이 사건 차량’이라 한다)을 운전하여 정읍시 상동 현대아파트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내장동 방면에서 장명동 동초등학교 방면으로 약 50km의 속도로 진행하게 되었다. 그런데 F은 위 지점에 이르러 황색점멸 신호등이 작동되고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음에도 전방 주의의무를 게을리 하여 이 사건 차량 진행 방향의 좌측에서 우측으로 횡단보도를 보행하던 원고 A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이 사건 차량의 좌측면 부분으로 원고 A을 충격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피고는 원고 A 및 그 부모인 원고 B, C이 이 사건 사고의 발생이나 손해의 확대에 일부 책임이 있으므로, 피고의 책임을 70%로 제한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지점이 신호등의 황색점멸등이 점멸 중인 횡단보도인 사실은 앞에서 인정한 바와 같고, 모든 차의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는 때에는 그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 정지하여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어서는 아니 되므로[구 도로교통법(법률 제6403호, 2001. 7.30. 시행) 제24조 참조)],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차량 운전자의 과실로 인한 것일 뿐 원고 측의 과실이 경합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9. 7. 선고 2016가단5303454 판결

피고는, 이 사건 사고 당시 차량신호와 보행신호가 황색점멸신호였고, 원고는 횡단보도의 보행자 신호등을 수동으로 조작하여 녹색신호에 횡단할 수 있었음에도 보행신 호를 변경시키지 않고 횡단보도를 횡단할 잘못이 있으므로 피고의 책임을 제한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설령 횡단보도의 신호등을 수동으로 조작하여 녹색신호로 변경할 수 있는 장소라 하더라도 보행자가 반드시 녹색신호로 변경한 후 횡단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고(더구나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야간에 황색점멸등으로 변경된 경우에도 보행자가 수동으로 녹색신호로 변경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교통량이 한산한 심야의 시간대에 차량신호가 황색점멸등으로 바뀐 경우 보행자가 좌우안전을 잘 살피면서 횡단보도를 횡단한 경우에는 보행자의 과실은 없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교통사고 과실비율(2) 보행자3

2. 구체적인 사고 경위에 따라 과실비율은 달라집니다.

개별 사건마다 사고 경위에 차이가 있고, 그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조금씩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몇 가지 추가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횡단보도 사고 과실비율 판례 요약

횡단보도 교통사고 하급심 과실비율 판례 요약

상황별 보행자와 운전자의 책임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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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및 사건번호 사고 환경 구체적 사고 경위 과실 비율 판단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1. 17. 선고
2018가단5212781 판결
야간 (20:15경)
어두운 도로
보행자가 밤에 눈에 잘 띄지 않는 검은 계통의 옷을 입음. 가로등이 밝게 비추는 횡단보도 선을 벗어나, 근처의 어두운 도로를 전방 주시 없이 건너다 사고 발생.
보행자 25%
운전자 75%
부산지방법원
2019. 4. 4. 선고
2018가단326928 판결
심야 (22:56경)
무신호 횡단보도
배달용 오토바이가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무리하게 지나치다 발생한 사고. 보행자 역시 야간에 신호등이 없다면 차가 오는지 고개를 돌려 살펴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함.
보행자 10%
운전자 90%
대구지법 포항지원
2017. 12. 12. 선고
2016가단103956 판결
심야 (23:30경)
비 내리는 날씨
비가 내리는 한밤중, 무신호 횡단보도를 건넘. 피고는 비가 오고 어두웠으니 보행자도 잘못이 있다고 주장함. 하지만 법원은 비가 오고 어두울수록 운전자가 더 조심하고 무조건 멈췄어야 한다고 판단함.
보행자 0%
운전자 100%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 19. 선고
2020나90546 판결
새벽 (03:39경)
비 내리는 날씨
보행자가 주변 확인을 전혀 하지 않고 무신호 횡단보도 초입으로 갑자기 뛰어듦. 차가 오는 것을 충분히 볼 수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보행자의 잘못이 매우 크다고 봄.
보행자 60%
운전자 40%
대전지방법원
2016. 10. 26. 선고
2013가단50074 판결
새벽 (06:16경)
비 내리는 날씨, 점멸신호
보행자가 보행자 신호등이 점멸 상태일 때 횡단보도가 아닌 부근을 무리하게 황급히 건너다 발생한 사고. 새벽 시간 비가 내려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었음.
보행자 30%
운전자 70%
* 본 자료는 실제 법원 판례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으며, 구체적 상황에 따라 법적 판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보행자라 할지라도 차도로 갑자기 뛰어들거나, 눈에 띄지 않는 검은 옷을 입고 횡단보도 선을 벗어나 건너게 되면 적지 않은 과실을 떠안게 됩니다. 반대로, 포항지원의 판례처럼 단순히 비가 오고 어두웠다는 이유만으로는 정상적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에게 과실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도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횡단보도를 다소 벗어난 지점을 횡단보도 부근이라 표현하는데, 이는 횡단보도에서 10~30m 정도 지점을 말합니다. 현실에서도 횡단보도에 그어진 흰색 선을 벗어나 비스듬한 형태로 횡단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횡단보도를 벗어난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다면, 벗어난 거리에 따라 보행자의 과실이 10% 정도는 가산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합니다.

교통사고 과실비율(2) 보행자4

3. 시사점

구체적인 사고 경위와 그에 대한 각 법원의 다양한 판단 기준을 살펴보면, 횡단보도 보행자 교통사고에 대한 몇 가지 중요 사항을 추려볼 수 있습니다.

첫째, 보행자의 복장과 위치가 중요합니다. 야간에 식별이 어려운 검은 옷을 입고, 횡단보도 선을 벗어나 횡단한 경우 보행자에게 20% 이상의 과실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둘째, ‘갑자기 뛰어드는 행위’는 치명적입니다. 새벽 시간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도로로 갑자기 뛰어든 보행자에게 무려 60%의 과실이 인정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보행자의 입장에서 주변 차량의 동태를 반드시 살핀 후에 횡단보도를 횡단하는 습관을 키워야 하겠습니다.

셋째, 악천후 속 운전자의 주의 의무는 강화될 수 있습니다. 비가 오는 심야 시간 정상적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를 친 사고에서는 보행자 과실이 0%였습니다. “시야 확보가 어려울수록 운전자는 횡단보도 앞에서 무조건 서행 및 정지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 또한 존재하므로, 운전자의 입장에서 전방에 횡단보도가 있다면 더욱 주의하여야 하겠습니다.

교통사고 과실비율(2) 보행자5

(※ 개별 사건의 아주 구체적인 사실관계(속도, 각도, 블랙박스 영상 등)에 따라 실제 법원의 판단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음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글 : 손해배상액은 어떻게 깎이는가? 피해자 과실상계와 책임제한 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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