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전벨트 미착용 과실상계에 대한 대법원의 법리
자동차 사고 발생 시 탑승자의 생명을 보호하고 상해의 정도를 경감시키는 가장 핵심적인 안전장치는 단연 안전벨트입니다.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을 경우 중상을 입을 가능성이 95~98%에 달해, 안전벨트를 착용한 경우에 비해 14배나 높다는 것이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진행된 승합차 충돌사고 실험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교통사고 현장에서는 가해자의 일방적인 잘못만으로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보다, 피해자 측의 사소한 부주의나 법규 위반이 결합되어 손해가 발생하거나 커지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민법 제396조(과실상계)는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함에 있어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하도록 명시하고 있고, 이는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기여한 피해자의 잘못을 고려하여 당사자 간의 형평을 맞추는 이른바 ‘손해의 공평한 부담’ 원칙으로 나타납니다.

교통사고에 있어서 과실상계의 대상이 되는 피해자의 과실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됩니다.
첫째, ‘사고 발생 자체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과실’입니다.. 전방주시 태만, 과속, 신호 위반 등 사고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사고 발생 이후 손해의 확대에 기여한 과실‘입니다.. 안전벨트 미착용이나 이륜차 탑승 시 안전모(헬멧) 미착용이 바로 이 두 번째 범주에 속합니다.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이 원인이 되어 교통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일단 타인의 과실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안전벨트를 착용했다면 가벼운 찰과상이나 타박상에 그쳤을 피해가, 미착용으로 인해 두부(뇌) 손상, 장기 파열, 심지어 사망에 이르는 등 그 결과가 치명적으로 확대되었다면, 피해자는 자신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해야 할, 즉 ‘스스로의 안전을 도모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인정됩니다. 법원은 바로 이 확대된 손해 부분에 대하여 피해자의 부주의에 대한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액을 감액하는 것입니다.
안전벨트 미착용과 관련하여, 대법원에서는 안전벨트 미착용 사실이 과실상계의 사유가 된다고 인정하면서도, 사고 당시 안전벨트 미착용에 대한 충분한 입증을 요구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관련 판례를 살펴보겠습니다.
대법원 1988. 4. 25. 선고 87다카2892 판결
무릇 안전벨트의 착용은 불의의 사고발생시 자신의 안전을 위하여 필요한 것이며 시내에서 운행하는 차량이라 하여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안전벨트가 설치되어 있음에도 이를 착용하지 않고 있다가 사고가 발생하게 되었고 안전벨트를 착용하였더라면, 그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안전벨트 미착용의 점은 그 사고 장소가 시내인가 시외인가를 가릴 것 없이 과실상계의 사유가 된다 할 것이다.
대법원 1991. 10. 8. 선고 91다22728 판결
소론은 특히 같은 차에 동승하고 있던 소외 2와 맞은편 충돌차량 탑승자들이 비교적 가벼운 상처를 입었음에도 망인이 사망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아 안전띠 미착용이 추정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경험칙상 안전띠를 미착용한 것이 추정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대법원 1995. 7. 14. 선고 94다51055 판결
그러나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고가 이 사건 사고 당시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아니하였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고, 피고가 이 점에 관하여 아무런 주장을 한 바가 없는 이 사건에서, 원심이 이 사건 사고 경위와 상해의 부위 및 정도에 비추어 원고가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아니한 사실이 추정된다 하여 위와 같이 과실상계를 한 조치는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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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비록 추돌사고이기는 하나 대형 레미콘 차량이 소형 승용차를 추돌하면서 피해 차량 위로 전복되어 피해자가 전치 8주의 중상을 입고 차량이 대파되는 등으로 충격이 컸던 점에 비추어 피해자가 당시 안전벨트를 착용하였더라도 그로 인하여 초진 당시에 밝혀진 경요추부염좌나 그 후에 밝혀진 경요추부추간판탈출증 등의 상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보여지고, 그 밖의 상해의 내용도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아니한 경우에 통상 입게 되는 상해로는 보이지 아니하며, 더욱이 피해자에게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경우에 충격에 의하여 앞으로 튕겨나가면서 앞 유리창 등에 부딪쳐 흔히 입게 되는 안면부나 두부의 손상이 전혀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
대법원 1998. 5. 15. 선고 96다24668 판결
원심은, 위 사고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상해의 부위와 정도에 비추어 볼 때 사고 당시 원고는 안전띠를 매지 않은 채 차량을 운전하다가 사고를 당한 사실이 추인되므로 피고들이 배상할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 원고의 과실을 참작하여야 한다는 피고들의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판시 상해의 부위와 정도만으로 사고 당시 원고가 안전띠를 매지 않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는바, 관계 증거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8다91180 판결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원고의 안전띠 미착용으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의 확대에 기여하였다고 인정하여 피고의 손해배상액에 대하여 10%의 과실상계를 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일반적인 교통사고의 경우, 법원은 통상적으로 10% 내외의 과실 비율을 피해자에게 적용합니다. 다만, 사고 당시 안전벨트 미착용으로 인하여 손해가 확대되었다는 사실이 입증될 경우, 예컨대 미착용으로 인해 상당한 중상을 입었다거나 사망에 이르렀다는 증거가 분명하다면 피해자에게 15~20% 정도로 가중된 과실비율이 적용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합니다.

위의 사례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존재하는 통상의 대인배상 손해배상 사례입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자신이 가입한 자동차종합보험의 ‘자기신체사고(자손)’ 또는 ‘자동차상해(자상)’ 담보에 대해 자신의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안전벨트 미착용에 대해서 다른 법리가 적용되기에, 이를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예컨대 단독 교통사고로 인해 운전자 자신이 부상을 입었을 때, 과거에는 운전자의 안전벨트 미착용에 대하여 자기신체사고 보험금에서 약관상 10~20%의 감액을 적용하였는데, 아래의 대법원 판결에서 해당 감액약관은 상법 규정들에 반하여 무효가 되었습니다.
이후 자동차보험의 자기신체사고 및 자동차상해 담보에 의한 보험금은 운전자의 안전벨트 미착용이 ‘고의에 의한 것임이 입증되지 않는 한’ 미착용을 이유로 보험금을 감액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2다204808 판결
자기신체사고특약을 체결하였으며, 그 보험약관에는 “피보험자가 사고 당시 탑승 중 안전띠를 착용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자기신체사고보상액에서 운전석 또는 그 옆좌석은 20%, 뒷좌석은 10%에 상당하는 금액을 공제한다”고 규정한 안전띠 미착용 감액조항(이하 ‘이 사건 감액약관’이라 한다)이 포함되어 있는 사실, 원고는 술에 취한 상태로 위 승용차를 운전하여 가다가 도로 오른쪽 옹벽과 중앙선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도로에 정차해있던 중 뒤따라오던 승용차에 의하여 추돌당하여 상해를 입은 사실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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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위 자기신체사고특약은 인보험의 일종이고, 이 사건 감액약관은 공제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나 그 실질은 보험금의 일부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이어서 일부 면책약관이라고 할 것인데, 원고가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것이 보험사고의 발생원인으로서 고의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감액약관은 위 상법 규정들에 반하여 무효라고 할 것이다.
2. 하급심법원의 안전벨트 미착용 관련 판례
하급심법원에서는 피해자의 안전벨트 미착용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구체적인 경위에 따라 대체적으로 피해자에게 10~20%의 과실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는 피해자의 안전벨트 미착용 사실이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인 의학적, 공학적 증거를 통해 충분히 입증된 경우입니다.
의무기록에 드러난 부상 부위, 부상의 정도, 탑승 위치, 충돌의 양상 등을 고려하여 안전벨트 미착용 여부가 밝혀진다면 과실이 잡힐 수 있으므로, 무엇보다 차량 탑승 시 안전벨트부터 착용하는 것을 습관화해야 하겠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1. 16. 선고 2017나78928 판결
다만, 을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사고 당시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되고, 이와 같은 안전벨트 미착용에 의하여 손해가 확대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바, 피고에게 그로 인한 책임을 지우는 것은 신의칙이나 형평의 원칙상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므로, 앞에서 본 이 사건 사고의 경위에 비추어 피고의 책임을 90%로 제한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7. 23. 선고 2020가단5127688 판결
1) C는 2018. 8. 7. 14:05경 D 화물차(이하 ‘피고 차량’이라 한다)를 운전하여 구미시 산동면 적림리 25번 국도의 2차로를 산동교차로 방면으로 진행하던 중 졸음운전으로 전방에 고장으로 2차로와 갓길에 걸쳐 정차 중이던 화물차(이하 ‘소외 차량’이라 한다)의 좌측 후미를 피고 차량의 조수석으로 들이받았다(이하 ‘이 사건사고’라 한다).
2) 이 사건 사고로 피고 차량의 조수석에 탑승해 있던 E(이하 ‘망인’이라 한다)은2018. 8. 7. 15:18경 복부파열로 사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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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는 망인이 안전벨트를 미착용하여 손해가 확대되었으므로 이를 참작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나, 갑 4, 7호증의 기재와 영상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로 인해 망인이 탑승하고 있던 피고 차량의 조수석 부위가 소외 차량의 좌측 후미를 충격하여 완전히 파손되었고, 그에 따라 망인이 복부파열로 사망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가사 망인이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러한 안전벨트 미착용이 이 사건 사고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대전지방법원 2021. 9. 29. 선고 2020가단126634 판결
피고의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로 을 제1호증의 1의 기재가 있으나 이는 갑제10호증의 기재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정할 수 없고, 탑승하고 있던 사람들에 비하여 과중한 피해를 입었다 하여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경험칙상 추정할 수 없으므로(대법원 1991. 10. 8. 선고 91다22728 판결 참조),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과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7. 5. 선고 2021나58525 판결
다만, 피해차량의 승차정원이 5명임에도 피해자를 포함하여 총 7명이 피해차량에 탑승한 사실은 앞에서 본 바와 같고,을 제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당시 위와 같이 피해차량에 7명이 탑승하면서 운전석 뒷좌석에 승차한 피해자는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는바, 피해자의 이러한 과실은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의 발생 및 확대에 기여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참작하여 이 사건 사고에 관한 피해자의 과실비율을 20%로 보고, 원고와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80%로 제한하기로 한다.

3. 시사점
대인배상(배상책임)에서는 안전벨트 미착용 시 10~20%의 과실상계를 통해 ‘손해 공평 분담’이라는 원칙을 확인하고, 피해자에게 스스로의 안전을 도모할 의무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고속도로 전 좌석 안전벨트 착용이 법제화된 지 오래되었고, 카시트 미장착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엄격해지며 이를 부모의 중대한 책임으로 묻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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