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 : 산업재해보상보험급여와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의 관계(1)

이전 글에서 이어집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급여와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의 관계 산업현장

3. 민사상 손해배상의 청구

업무상 재해가 인정되어 근로자가 국가로부터 산재보험급여를 수령하는 것과는 별개로, 해당 사고의 발생에 직간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사업주 또는 가해자인 제3자를 상대로 민법상 불법행위책임(민법 제750조) 또는 근로계약에 수반한 의무로서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민법 제390조)을 물어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산재보험은 평균임금을 기초로 한 정형화된 보상에 그치므로, 장해가 크게 남거나 향후 막대한 치료비가 예상되는 중상해 사고의 경우 온전한 손해의 회복을 위해서는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필수적입니다.

가. 민법상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대법원에서는 산업재해 사고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요건과 사용자의 피용자에 대한 보호의무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판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1999. 2. 23. 선고 97다12082 판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있어 가해자의 불법행위만에 의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제3자의 행위 기타 귀책사유 등이 경합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가해자의 불법행위가 손해 발생의 한 원인이 되었다면 가해자는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이고,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이다.

피고 성원으로서는 화재의 발생에 대비하여 자신이 관리하는 공사현장 도처에 널려 있던 이러한 인화성 물질을 제대로 정리한 다음 인부들로 하여금 작업하도록 하는 등 화재 발생에 대비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를 소홀히 한 채 그들로 하여금 공사현장에서 작업을 하도록 한 과실이 있다 할 것이고, 피고 2로서도 피고 성원으로 하여금 공사현장 도처에 널려 있던 이러한 인화성 물질을 정리하게 한 다음 피용자들로 하여금 공사를 하게 하는 등 그들의 안전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망인을 포함한 소속 인부들로 하여금 현장에서 작업하게 한 과실이 있다 할 것인바,

피고 성원은 공사중인 이 사건 건물의 점유자로서 그 보존상의 하자에 따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피고 2는 위 소외 4의 사용자로서 피용자의 안전을 위한 보호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할 것이고, 이들의 채무는 부진정연대채무의 관계에 있다 할 것이다.

이 중,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인 보호의무의 위반에 따른 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은 10년의 민사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됩니다. 한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합니다(민법 제766조).

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8다270876 판결

사용자가 상인으로서 영업을 위하여 근로자와 체결하는 근로계약이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하더라도 사용자가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인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에게 손해를 입힘으로써 발생한 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와 관련된 법률관계는 근로자의 생명, 신체, 건강 침해 등으로 인한 손해의 전보에 관한 것으로서 그 성질상 정형적이고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근로계약상 보호의무 위반에 따른 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0년의 민사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4다22742 판결 등 참조).

산업재해보상보험급여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의 관계 노동자3

나. 재해 근로자나 유족의 입증책임

민사상 손해배상 제도는 무과실책임주의인 산재보험과 달리, 철저히 가해자의 ‘과실책임주의’를 기반으로 합니다. 따라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재해 근로자 또는 유족은 다음의 요건을 소송 과정에서 확실하게 입증해야 합니다.

첫째, 사업주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존재해야 합니다. 이는 작업장의 안전시설이 미비했거나, 작업 투입 전 필수적인 안전 교육을 실시하지 않았거나, 적절한 개인 보호장비를 지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위험한 작업을 지시하는 등 산업안전보건법령상의 구체적 의무나 계약상의 추상적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한 객관적 사실의 증명을 요구합니다.

둘째, 사업주의 이러한 주의의무 위반 행위와 재해 근로자에게 발생한 신체적, 재산적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대법원 2006. 4. 28. 선고 2005다63504 판결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되어야만 하고, 이러한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참조).

다. 이중전보 금지의 원칙과 손익상계

수급권자가 동일한 사유에 대하여 이 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으면 보험가입자는 그 금액의 한도 안에서 민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따른 손해배상의 책임이 면제됩니다(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0조 제2항).

산재보험급여 수급권과 민법상 손해배상청구권이 경합하는 상황에서, 피해 근로자가 동일한 재해로 인해 양쪽 제도로부터 모두 금전을 수령하여 실제 자신이 입은 손해액을 초과하는 부당한 이득을 얻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이중전보 금지 원칙’과 ‘손익상계’ 제도를 적용합니다.

피해 근로자(재해자)가 산재보험급여를 먼저 수령하면, 민사상 손해배상금에서 같은 성질의 산재급여(요양급여, 휴업급여, 장해급여, 간병료 등)를 모두 공제하고 남은 손해를 청구하게 됩니다.

대법원 1995. 4. 25. 선고 93다61703 판결

손해배상은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피해자로 하여금 근로기준법이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휴업급여나 장해급여 등을 이미 지급받은 경우에 그 급여액을 일실수익의 배상액에서 공제하는 것은 그 손해의 성질이 동일하여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는 것 사이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피해자가 수령한 휴업급여금이나 장해급여금이 법원에서 인정된 소극적 손해액을 초과하더라도 그 초과부분을 그 성질을 달리하는 손해의 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공제할 것은 아니고, 같은 이치에서 휴업급여는 휴업기간 중의 일실수익에 대응하는 것이므로 휴업급여금은 그것이 지급된 휴업기간 중의 일실수익 상당의 손해액에서만 공제되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98. 2. 27. 선고 97다50145 판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8조 제2항에 의하면 피해자가 동일한 사유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은 경우에 보험가입자인 사용자는 그 금액의 한도내에서 민법상 손해배상책임이 면제되나, 여기서 ‘동일한 사유 란 보험급여의 대상이 된 손해와 민사상의 손해배상의 대상이 된 손해가 같은 성질을 띠는 것이어서 보험급여와 손해배상이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는 경우를 말하므로 원고가 보험금으로 수령한 휴업급여금과 장해보상급여금이 원고의 소극적 손해를 초과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초과부분을 그 성질을 달리하는 적극적 손해의 배상액을 산정하는 데 있어 공제할 것이 아니다(대법원 1991. 7. 23. 선고 90다11776 판결 참조).

산업재해보상보험급여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의 관계 법원1

라. 공제 방식의 변화

과거 수십 년 동안 대법원과 하급심 법원들은 사업주의 최종 배상액(민사상 손해배상)을 산정할 때, 전체 손해액에서 근로자의 과실비율을 먼저 반영하여 손해액을 감액한 뒤, 그 결과값에서 근로자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수령한 산재보험급여액 전액을 공제하는 이른바 ‘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202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제3자가 개입된 공동불법행위 사안에 대해 이 방식을 변경하였고, 이후 2025년 선고된 대법원 판결에서 사업주의 불법행위와 근로자의 과실만이 경합된 일반적인 산업재해 사안에 대해서도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여 산업재해 사고의 민사상 손해배상에 대한 공제방식을 확립하였습니다.

대법원 2022. 3. 24. 선고 2021다241618 전원합의체 판결

산재보험법 제87조의 문언과 입법 취지, 산재보험제도의 목적과 사회보장적 성격, 재해근로자(유족 등 보험급여 수급자를 포함한다)와 공단 및 불법행위자 사이의 이익형량 등을 종합하여 보면, 공단이 제3자의 불법행위로 재해근로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다음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에 따라 재해근로자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 위할 수 있는 범위는 제3자의 손해배상액을 한도로 하여 보험급여 중 제3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된다. 따라서 보험급여 중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공단이 재해근로자를 대위할 수 없으며 이는 보험급여 후에도 여전히 손해를 전보받지 못한 재해근로자를 위해 공단이 종국적으로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이 본다면 산재보험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은 재해근로자가 제3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그 손해 발생에 재해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된 경우에,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액은 보험급여와 같은 성질의 손해액에서 먼저 보험급여를 공 제한 다음 과실상계를 하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산정하여야 한다.

또한, 산업재해가 산재보험 가입 사업주와 제3자의 공동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에도 공단이 재해근로자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할 수 있는 범위는 제3자의 손해배상액을 한도로 하여 보험급여 중 제3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됨은 위와 같다. 따라서 공단은 보험급여 중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서 재해근로자를 대위할 수 없고 재해근로자를 위해 위 금액을 종국적으로 부담한다. 재해근로자가 가입 사업주와 제3자의 공동불법행위를 원인으로 가입 사업주나 제3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그 손해 발생에 재해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된 때에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하여야 한다.

대법원 2025. 6. 26. 선고 2023다297141 판결

 제3자의 개입 없이 산재보험 가입 사업주의 불법행위로 근로자가 산업재해를 입었고 그 손해 발생에 재해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된 경우 공단이 재해근로자를 위해 보험급여 중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종국적으로 부담하는 점은 다르지 않으므로, 이 경우에도 위와 같은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액을 산정하여야 한다.

관련 글 : 대법원 ‘공제 후 과실상계’ 법리

댓글 남기기

Trending

교통사고, 산업재해, 손해배상, 보험, 그 외 다양한 정보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