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나 산업재해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금을 산정할 때, 그 계산의 중요한 사항 중 하나는 “이 사람이 사고를 당하지 않았더라면 앞으로 몇 살까지(가동연한), 그리고 한 달에 며칠을(월 가동일수) 일해서 돈을 벌 수 있었을까?”를 객관적으로 따지는 것입니다.
종전의 가동연한(만60세)과 월 가동일수(22일)에 대한 기준은 수십 년 간 바뀌지 않은 채 유지되어 오다가, 최근 대법원의 판결로 이 두 가지 중요한 계산 기준이 변경되었습니다.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금이 적게는 수백,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달리질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관심이 있거나 관련 직군에 종사하시는 분들, 관련 사고를 당해 이러한 정보를 접하셨던 분들을 제외하면, 뉴스에서 보도되었음에도 무심코 넘어가거나 잘 모르는 분들도 많으셨을 겁니다. 오늘은 손해배상금 산정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가동연한과 월 가동일수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일할 수 있는 나이(가동연한): 만60세 ➔ 만65세로 상향
과거 수십 년 동안 법원은 육체노동을 하시는 분들이 정상적으로 일할 수 있는 나이의 한계를 ‘만 60세’로 묶어 두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60세라고 하면, 이미 노후준비가 완벽히 되신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사회에서 아직 한창 일하시는 연령대이지요. 통계청에서 공표하는 기대수명이 80세를 훌쩍 넘어가는, 이른바 100세 시대에 60세까지만 돈을 벌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전혀 시대의 현실과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2019년,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지난 30년 간 유지되던 종전 판례를 뒤집고 일할 수 있는 나이(가동연한)를 ‘만 65세’로 5년 상향하였습니다.
대법원 2019. 2. 21. 선고 2018다24890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은 1989. 12. 26. 선고한 88다카16867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이라 한다)에서 일반육체노동을 하는 사람 또는 육체노동을 주로 생계활동으로 하는 사람(이하 ‘육체노동’이라 한다)의 가동연한을 경험칙상 만 55세라고 본 기존 견해를 폐기하였다. 그 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경험칙상 만 60세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를 유지하여 왔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이 급속하게 향상·발전하고 법 제도가 정비·개선됨에 따라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 당시 위 경험칙의 기초가 되었던 제반 사정들이 아래와 같이 현저히 변하였기 때문에 위와 같은 견해는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만 60세를 넘어 만 65세까지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합당하다.
– 대법원이 가동연한을 만65세로 상향한 근거
- 국민의 평균여명(0세 기준)이 2017년에는 남자 79.7세, 여자 85.7세로 늘어났다.
- 우리나라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2018년에는 30,000달러에 이르렀다.
- 2013년 이후 기능직공무원을 포함한 공무원 대부분의 정년이 만 60세로 연장되었고, 민간부문에서도 2017. 1. 1.부터 모든 근로자에 대하여 정년을 만 60세 이상으로 하도록 의무화되었다.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공식 은퇴연령보다 실질 은퇴연령이 높은데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실질적인 평균 은퇴연령은 남성 72.0세, 여성 72.2세로 OECD 평균 남성 65.1세, 여성 63.6세보다 높을 뿐만 아니라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및 사립학교교직원연금의 수급개시연령도 65세까지 점차 연장되었다.
- 각종 사회보장 법령에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생계를 보장하여야 하는 고령자 내지 노인을 65세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가동연한 나이가 5년 늘어나면, 사고로 인해 노동능력을 일부 상실하였을 경우에 인정되는 장래의 월급(일실수입) 산정 기간도 60개월이 늘어나게 됩니다. 즉, 사고를 당한 피해자의 나이가 만60세 미만일 경우, 손해배상금이 대폭 늘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 판결 직후 자동차보험사들이 지급해야 할 돈이 1,200억 원 넘게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어, 자동차보험 약관도 부랴부랴 65세로 수정되고 보험료가 들썩이기도 했습니다.

2. 한 달에 일하는 날(월 가동일수): 22일 ➔ 20일로 축소
201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로 가동연한이 만65세로 상향되면서 당시 손해배상금 사건에서 산정되는 손해배상금이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2024년 4월, 대법원은 보상금 계산 시 일반 노동자가 ‘한 달에 일하는 날(월평균 가동일수)’을 21년 만에 기존 22일에서 20일로 줄이는 판결을 하였고, 그에 따라 손해배상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월소득금액이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하였습니다.
과거 주 6일 열심히 일하던 고도성장기 시절에는 일용직 근로자가 한 달에 25일, 그리고 22일을 일한다고 계산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주52시간제, 주5일제가 정착됨에 따라 근로시간이 단축되었으므로, 대법원은 그에 따른 월 가동일수의 축소는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대법원 2024. 4. 25. 선고 2020다271650 판결
근로조건이 산업환경에 따라 해마다 변동하는 도시 일용근로자의 일실수입을 그 1일 노임에 관한 통계사실에 기초하여 평가하는 경우에는, 그 가동일수에 관하여도 법원에 현저한 사실을 포함한 각종 통계자료 등에 나타난 월평균 근로일수와 직종별근로조건 등 여러 사정들을 감안하고 그 밖의 적절한 자료들을 보태어 합리적인 사실인정을 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1다70368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은 1992. 12. 8. 선고 92다26604 판결에서 경험칙상 일반적으로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가동일수를 월평균 25일, 연평균 300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하였고, 위 대법원 2001다70368 판결에 이르러 관련 통계와 가동일수 감소의 경험칙 등을 고려하였을 때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를 22일을 초과하여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이후 하급심은 주로 경험칙을 근거로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를 22일로 보는 판단을 하였고 대법원은 대체로 이를 수긍하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2003. 9. 15. 법률 제6974호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여 1주간 근로시간의 상한을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이면서 그 시행일을 사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정한 결과 2011. 7. 1.부터는 원칙적으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이나 사업장에 적용되는 등 근로현장에서 근로시간의 감소가 이루어졌고, 이와 아울러 근로자들의 월 가동일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
위와 같은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사고 당시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를 20일을 초과하여 인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를 22일로 인정할 것이 아니라 관련 통계나 도시 일용근로자의 근로여건에 관한 여러 사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심리하여 이를 근거로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를 판단하였어야 했다. 그럼에도 이에 이르지 못한 채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를 판단한 원심의 조치에는 가동일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 대법원이 월 가동일수를 20일로 축소한 근거
- 주 52시간 & 주 5일제 완전 정착: 2011년부터 전면 시행된 근로시간 단축으로 주 5일 근무제 정착
- 빨간 날(공휴일)의 증가: 대체공휴일, 각종 임시공휴일이 계속 신설되면서 증가된 공휴일수
- 통계청 데이터의 변화: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건설업 일용직이나 임시직 근로자들의 실제 월평균 근로일수가 14~17일 수준으로 확인
월 가동일수가 2일이 줄어듦에 따라, 예를 들어 일당 15만 원을 기준으로 한다면 월소득이 30만 원 줄어드는 셈이 됩니다. 손해배상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월소득이 약 9~10% 정도 줄어드는 것이지요. 보험사 등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지급해야 할 돈이 다소 줄어든 것이지만, 노동계에서는 “휴일에도 쉬지 못하고 일해야만 하는 건설 노동자들의 생존 현실을 외면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도 합니다.
실제 현실에서는 생계로 인해 주5일제는 남의 얘기처럼 느껴질 정도로 주말도 없이 일하는 분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기에, 그런 분들의 손해배상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생길 수 있겠습니다.

3. 시사점
위의 두 대법원 판결로 인하여, 손해배상금이 산정되는 기간은 5년(60개월)이 늘어났으나, 월 가동일수가 2일 축소됨에 따라 월소득이 줄어들었습니다. 사고를 당한 피해자의 연령이 낮을수록 종전에 비해 산정되는 손해배상금이 조금 더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보통인부노임단가 내지 도시일용노임단가가 적용되는 사건에서는 이미 위 대법원 판결에 따른 가동연한과 월 가동일수가 실무상 통용되고 있습니다. 2025년 상반기 보통인부노임단가 172,068원을 기준으로 하면, 2026년 5월 현재 기준의 월소득금액은 3,441,360원(= 172,038원 X 20일)입니다.
다만, 이는 월소득금액의 증명이 어렵거나 실제 소득이 보통인부노임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예컨대 가정주부나 무직자 등 소득입증이 불가한 분들이 해당될 것이고, 세금신고 및 소득 내역(원천징수영수증, 월급명세서, 종합소득금액증명 등)으로 실제 소득의 입증이 충분히 가능한 분들은 실제 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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