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의 쟁점 중 하나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액수 산정’과 ‘지연손해금의 기산점’입니다.
특히 불법행위가 발생한 시점과 실제 재판이 이루어지는 시점 사이에 수십 년의 장기간이 소요된 경우, 과거의 화폐가치와 현재의 화폐가치 사이에는 막대한 괴리가 발생합니다. 오늘은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이러한 상황에서 법원이 위자료와 지연손해금을 어떻게 산정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위자료 산정의 권한: 사실심 법원의 재량과 한계

위자료는 재산적 손해와 달리 그 액수를 객관적인 수치로 완벽하게 증명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불법행위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액수 결정은 전적으로 사실심 법원(1심 및 2심)의 직권에 속하는 재량 사항입니다.
법원은 피해자의 연령, 직업, 불법행위의 동기와 경위, 피해의 정도 등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합리적인 금액을 산정합니다. 대법원은 사실심 법원의 이러한 산정액이 현저하게 불합리하지 않는 한, 단순히 액수가 많거나 적다는 이유만으로는 위법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신체에 발생한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 사건(교통사고, 산업재해 등)에서의 위자료 산정기준은 주로 2015년 서울중앙지방법원 교통∙산재실무연구회에서 공표한 기준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노동능력상실률과 과실을 고려한 위자료 산정기준으로, 피해자가 위자료를 청구할 때 보통 아래의 산식을 사용하곤 합니다.
또한, 2017년 위자료의 현실화 및 적정화 방안으로 ‘불법행위 유형별 적정한 위자료 산정방안‘이 공표된 바 있습니다. 교통사고의 경우 사망위자료 기준금액이 1억 원으로 동일하지만, 대형재난사고(예컨대 항공기 사고)와 영리적 불법행위(기업의 영리추구 과정에서 소비자와 일반인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 예컨대 가습기 살균제 사례)에 대한 위자료 기준금액이 크게 상향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불법행위 유형 | 기준금액 | |
|---|---|---|
| 교통사고 | 1억 원 | |
| 대형재난사고 | 2억 원 | |
| 영리적 불법행위 | 3억 원 | |
| 명예훼손 | 일반 피해 | 5,000만 원 |
| 중대 피해 | 1억 원 | |
2. 화폐가치 변동과 지연손해금 기산점의 예외적 변경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채무는 ‘불법행위 성립 시’부터 지체책임을 집니다. 즉, 사건 발생일부터 연 5%(민법) 또는 연 12%(소송촉진법)의 지연이자가 붙게 됩니다.
하지만 수십 년 전 발생한 과거사 사건이나 장기 미해결 사건의 경우, 이 원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과거의 화폐가치(예: 1970년대의 100만 원)를 기준으로 산정한 위자료에 수십 년 치의 이자를 붙이는 것보다, 변론종결 시점(현재)의 높아진 화폐가치를 기준으로 위자료 원금을 대폭 상향 산정하는 것이 피해자 구제에 더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대법원은 장기간의 세월이 지나 통화가치에 상당한 변동이 생긴 경우,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은 예외적으로 ‘위자료 산정의 기준시인 사실심 변론종결일’부터 발생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현재 가치로 위자료 원금을 크게 인정해 주었으므로, 과거부터 결산해 온 이자를 이중으로 지급하지는 않겠다는 법리적 균형 맞추기입니다.
3. 배상 지연에 대한 참작
지연이자를 현재부터만 계산한다면 피해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습니다. 수십 년간 배상을 받지 못해 겪은 고통이 이자 명목으로 보상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대법원은 “배상이 지연된 사정을 참작하여 사실심 변론종결 시의 위자료 원금 자체를 더 높게 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22. 9. 29. 선고 2018다224408 판결
불법행위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액수에 관하여는 사실심법원이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이를 확정할 수 있다(대법원 1999. 4. 23. 선고 98다41377 판결 등 참조). 불법행위 시와 변론종결 시 사이에 장기간의 세월이 지나 위자료를 산정할 때 반드시 참작해야 할 변론종결 시의 통화가치 등에 불법행위 시와 비교하여 상당한 변동이 생긴 때에는 예외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은 그 위자료 산정의 기준시인 사실심 변론종결일로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처럼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이 사실심 변론종결일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 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불법행위 시부터 지연손해금이 가산되는 원칙적인 경우보다 배상이 지연된 사정을 적절히 참작하여 사실심 변론종결 시의 위자료 원금을 산정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위자료 액수 결정의 재량과 기준에 대한 법리를 제공하는 또 다른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이 발생한지 34년 후 시점에서야 비로소 변론종결이 된 경우(소송을 매우 늦게 시작한 것이겠지요), 지연손해금이 인정되지 않게 되자 법원은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하여 일반적인 위자료 산정기준에 따라 적절히 증액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9다103950 판결
불법행위 시로부터 변론종결 시까지 상당한 장기간(이 사건에서는 34년) 동안 배상이 지연됨에도 그 기간에 대한 지연손해금이 전혀 가산되지 않게 된다는 사정까지 참작하여 변론종결 시의 위자료 원금을 산정함에 있어 이를 적절히 증액할 여지가 있을 수 있다.

4.시사점
위자료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법원이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을 법적 잣대로 환산한 최종적 결과물로서 재판부의 재량에 속하는 부분이지만, 청구하는 쪽의 주장이 타당하다면 위자료의 증액 인정도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 존재하므로 위자료 산정 시 이러한 대법원의 법리를 유념해야 하겠습니다.
관련 글 : 호프만계수 240 한도의 해석과 복합적 일실수입 산정: 대법원 2022다211393 판례를 중심으로 (호프만계수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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