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와 사회보험급여(건강보험, 산재보험, 국민연금)가 경합하는 사안에서, 공단의 대위 범위와 피해자(수급권자)의 손해배상액 산정 방식에 관하여 기존의 판례를 전면 폐기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확립하였습니다.

여기서는 각 사회보험 영역별 핵심 대법원 판례의 판결 요지를 원용하고, 변경된 산정 방식을 도식화하였습니다.


1. 패러다임의 전환: 국민건강보험

공제 후 과실상계 국민건강보험

과거 실무는 피해자의 치료비 등 손해액에서 과실상계를 먼저 한 뒤 공단이 부담한 급여액 전액을 공제하는 ‘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을 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의 사회보장적 성격을 근거로 이를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변경하였습니다.

[판례1] 대법원 2021. 3. 18. 선고 2018다287935 전원합의체 판결

“공단의 손해배상청구권 대위를 인정한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의 문언과 입법 취지, 국민건강보험제도의 목적과 사회보장적 성격, 불법행위가 없었을 경우 보험급여 수급권자가 누릴 수 있는 법적 지위와의 균형이나 이익형량, 보험급여 수급권의 성격 등을 종합하여 보면, 공단이 불법행위의 피해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다음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 제1항에 따라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기왕치료비 손해배상채권을 대위하는 경우 그 대위의 범위는, 가해자의 손해배상액을 한도로 한 공단부담금 전액이 아니라 그중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되고 나머지 금액(공단부담금 중 피해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피해자를 대위할 수 없으며 이는 보험급여 후에도 여전히 손해를 전보받지 못한 피해자를 위해 공단이 최종적으로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이 본다면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경우 그 손해 발생에 피해자의 과실이 경합된 때에는, 기왕치료비와 관련한 피해자의 손해배상채권액은 전체 기왕치료비 손해액에서 먼저 공단부담금을 공제한 다음 과실상계를 하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산정하여야 한다.”

[산정 방식 비교] (치료비 1,000만 원, 공단부담금 600만 원, 피해자 과실 20% 가정 시)

산정 항목종전 실무 (과실상계 후 공제)변경된 실무 (공제 후 과실상계)
공단의 대위(구상) 금액600만 원 (전액)480만 원 (공단부담금 600만 원 × 가해자 책임비율 80%)
피해자의 직접 청구액200만 원320만 원 (본인부담금 400만 원 × 가해자 책임비율 80%)
공단의 최종 부담액0원120만 원 (공단부담금 중 피해자 과실 20% 해당분)

공단은 수급권자(피해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공단부담금을 종국적으로 부담해야 하며, 피해자는 자신의 과실분을 제외한 본인일부부담금 상당액을 가해자에게 온전히 청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 산재보험으로의 확장 1: 공동불법행위 사안

대법원은 건강보험에서 확립된 ‘공제 후 과실상계’ 법리를 산업재해보상보험 영역으로 확장하였습니다. 특히 산재 사고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가입 사업주와 제3자의 공동불법행위’ 사안에서 순환적 구상소송을 방지하기 위한 2단계 공제 법리를 제시하였습니다.

[판례2] 대법원 2022. 3. 24. 선고 2021다241618 전원합의체 판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87조의 문언과 입법 취지, 산업재해보상보험(이하 ‘산재보험’이라 한다) 제도의 목적과 사회보장적 성격, 재해근로자(유족 등 보험급여 수급자를 포함한다)와 근로복지공단(이하 ‘공단’이라 한다) 및 불법행위자 사이의 이익형량 등을 종합하여 보면, 공단이 제3자의 불법행위로 재해근로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다음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에 따라 재해근로자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할 수 있는 범위는 제3자의 손해배상액을 한도로 하여 보험급여 중 제3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된다. 따라서 보험급여 중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공단이 재해근로자를 대위할 수 없으며 이는 보험급여 후에도 여전히 손해를 전보받지 못한 재해근로자를 위해 공단이 종국적으로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이 본다면 산재보험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은 재해근로자가 제3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그 손해 발생에 재해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된 경우에,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액은 보험급여와 같은 성질의 손해액에서 먼저 보험급여를 공제한 다음 과실상계를 하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산정하여야 한다.

또한 산업재해가 산재보험 가입 사업주와 제3자의 공동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에도 공단이 재해근로자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할 수 있는 범위는 제3자의 손해배상액을 한도로 하여 보험급여 중 제3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됨은 위와 같다. 따라서 공단은 보험급여 중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서 재해근로자를 대위할 수 없고 재해근로자를 위해 위 금액을 종국적으로 부담한다. 재해근로자가 가입 사업주와 제3자의 공동불법행위를 원인으로 가입 사업주나 제3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그 손해 발생에 재해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된 때에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하여야 한다.

[공단의 제3자 대위 범위 산출]

산재보험급여 후 공단이 제3자(가해자)에게 구상할 수 있는 금액 산출은 다음의 단계를 거칩니다.

  1. 1단계 공제 (근로자 과실분 제한): [ 전체 보험급여액 ] – [ 보험급여액 × 재해근로자 과실비율 ]
  2. 2단계 공제 (사업주 과실분 제한): 위 1단계 산출액 – [ 재해근로자의 민사상 전체 손해액 × 사업주의 과실비율 ]

공단이 제3자에게 전액을 구상한 뒤, 제3자가 다시 사업주에게 사업주의 과실만큼 구상하는 ‘순환 소송’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처음부터 공단의 구상 범위에서 사업주 책임분을 제한하는 방식입니다. 재해근로자 역시 기존 손해액에서 보험급여를 먼저 공제한 후 잔액에 대해 과실상계를 적용하여 추가 손해배상액을 산정하게 됩니다.


3. 산재보험으로의 확장 2: 사업주 단독 불법행위 사안

공제 후 과실상계에 따른 금액 차이

제3자의 개입 없이, 오직 사업주의 안전배려의무 위반 등 단독 불법행위로 발생한 산업재해에 대해서도 하급심의 혼선이 있었으나, 대법원은 이 경우에도 ‘공제 후 과실상계’가 적용됨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판례3] 대법원 2025. 6. 26. 선고 2023다297141 판결

“제3자의 개입 없이 산재보험 가입 사업주의 불법행위로 근로자가산업재해를 입었고 그 손해 발생에 재해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된 경우 공단이 재해근로자를 위해 보험급여 중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종국적으로 부담하는 점은 다르지 않으므로, 이 경우에도 위와 같은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액을 산정하여야 한다.”

과거 실무처럼 사업주가 근로자의 높은 과실비율을 내세워 산재보험 처리만으로 추가 민사 손해배상책임을 0원으로 만드는 방어 논리가 불가능해졌습니다. 손해액이 급여액을 초과하는 한, 사업주는 과실상계 후에도 남아 있는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됩니다.


4. 산재 구상권의 대인적 한계 변경: ‘제3자’ 개념의 재정립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의 대위 행사의 상대방인 ‘제3자’의 범위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18년 만에 종전 법리를 폐기하고 현장의 실질에 맞춘 ‘공동의 위험관계’ (Common Risk) 이론을 채택했습니다.

[판례4] 대법원 2026. 1. 22. 선고 2022다214040 전원합의체 판결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 본문에 따른 대위권의 행사범위는 보험료 부담관계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들 또는 노무제공자들이 동일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업무상 재해에 관한 공동의 위험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즉 사업 또는 사업장에 내재하는 동일한 ‘위험’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제87조 제1항 본문의 제3자의 범위를 파악함이 타당하다. 이와 같이 위험을 공유하고 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한 가해자와 그 사용자는 보험급여를 한 공단이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할 수 있는 상대방인 제3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가해자가 재해근로자(가해자 또는 재해근로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 경우뿐만 아니라 산재보험법 제91조의15에서 정한 노무제공자인 경우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사업주(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제9조 제1항 본문에 따라 원수급인이 보험가입자인 사업주일 경우의 하수급인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와 고용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아닌 때에도 재해근로자와 동일한 사업주의 지휘 · 명령 아래 그 사업주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업무상 재해가 발생하였다면, 가해자와 재해근로자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내재하는 위험을 공유하였다고 볼 수 있다. 가해자와 재해근로자가 한 작업은 지휘 · 명령을 한 사업주가 행하는 사업에 편입되어 그 일부를 이루기 때문이다.

종전 판례가 건설사업의 원수급인에게 고용된 근로자, 그 하수급인 또는 하수급인에게 고용되어 같은 건설현장에서 근무한 근로자 등을 제3자에서 제외한 이유도 이러한 법리에 따라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다. 나아가 원수급인 등의 지휘 · 명령 아래 건설현장에서 건설기계 운전업무 노무를 제공한 운전기사도 재해근로자와 위험을 공유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해당 건설기계 임대인 등 역시 제3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건설기계 대여업자 소속의 지게차 기사와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가 혼재하여 작업하다 사고가 발생한 경우, 과거에는 지게차 기사(또는 대여업자)를 제3자로 보아 공단이 구상권을 행사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실질적인 지휘·명령 아래 동일한 위험을 공유하고 있다면 제3자에서 배제되므로, 무리한 구상권 행사로 인한 분쟁이 대폭 축소될 전망입니다.


5. 3대 사회보험 대위권 법리의 통일: 국민연금

교통사고 등 불법행위로 인해 국민연금공단이 장애연금 등을 지급한 후 가해자에게 대위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최종적으로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이 도입되었습니다.

[판례5] 대법원 2024. 6. 20. 선고 2021다299594 전원합의체 판결

“공단의 손해배상청구권 대위를 인정한 국민연금법 제114조 제1항의 문언과 입법 취지, 국민연금의 목적과 사회보장적 성격, 불법행위가 없었을 경우 연금급여 수급권자가 누릴 수 있는 이익 및 법적 지위와의 균형, 수급권자와 공단 사이의 이익형량, 연금급여 수급권의 성격, 국민건강보험법 및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규정의 해석에 관한 판례 변경 등을 종합하여 보면, 국민연금법에 따라 연금급여를 받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경우 그 손해 발생에 피해자의 과실이 경합된 때에는 피해자의 손해액에서 먼저 연금급여액을 공제한 다음 과실상계를 하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하여야 하고, 공단이 불법행위의 피해자에게 연금급여를 한 다음 국민연금법 제114조 제1항에 따라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하는 경우 그 대위의 범위는 가해자의 손해배상액을 한도로 한 연금급여액 전액이 아니라 그중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되며, 나머지 금액(연금급여액 중 피해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피해자를 대위할 수 없으므로 이 부분은 연금급여 수급 후에도 여전히 손해를 전보받지 못한 피해자를 위해 공단이 최종적으로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건강보험, 산재보험에 이어 국민연금까지 대한민국 핵심 사회보험 3대 영역 모두에서 ‘수급권자(피해자) 이익 보호 우선 및 공단 대위 범위 제한’이라는 일관된 대법원 판례 법리가 통일되었습니다. 따라서 합의금 산출 및 구상금 소송 방어 시 피해자의 남아 있는 청구권 한도와 각 공단의 구상 한도를 개별적으로 산출하여 적용해야 합니다.

관련 글 : 손해배상액은 어떻게 깎이는가? 피해자 과실상계와 책임제한 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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