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나 산업재해 등 불법행위로 피해를 입었을 때, 피해자 입장에서는 “내가 입은 손해액 100%를 당연히 배상받아야 한다”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법원의 판결에서는 가해자의 책임이 일정 비율로 제한되어 배상액이 감액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대법원 판례를 바탕으로 손해배상 소송에서 배상액을 결정짓는 핵심 원리인 ‘과실상계’와 ‘책임제한’ 법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손해배상 책임제한의 대원칙: 손해의 공평 부담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정하는 기준에 대한 법리는 그 동안 여러 대법원 판례를 통해 정립되어 왔습니다. 최근 대법원 판례 중 하나를 살펴보면,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를 정하는 기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대법원 2022. 11. 30. 선고 2016다26662, 2016다26679(병합), 2016다26686(병합) 판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피해자에게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관하여 과실이 있거나 가해자의 책임을 제한할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배상책임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당연히 이를 참작하여야 하고, 나아가 그 책임제한의 비율을 정할 때에는 손해의 공평 부담이라는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손해 발생과 관련된 모든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며, 책임제한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비율을 정하는 것이 사실심의 전권사항이라고 하더라도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22. 4. 28. 선고 2019다224726 판결 등 참조).

즉, 민사상 손해배상의 근본 목적은 가해자를 징벌하는 것이 아니라, ‘발생한 손해를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서 얼마나 공평하게 나눌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 있습니다. 피해자에게도 사고 발생이나 손해 확대에 원인을 제공한 과실이 있다면, 그 비율만큼 배상액에서 공제하는 것이 공평의 원칙에 부합한다는 뜻입니다.

2. 교통사고 피해자에게 명백한 과실이 없을 때의 가해자 책임제한 여부

그렇다면 교통사고에서 피해자의 명백한 과실이 없을 때도 가해자의 책임이 제한될 수 있을까요?

대법원 2005. 12. 8. 선고 2005다46479(본소),2005다46486(반소) 판결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 본문은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는 그 운행으로 말미암아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여 그 운전자의 고의·과실 유무를 가리지 아니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그 단서에서 “다만, 승객이 아닌 자가 사망하거나 부상한 경우에 있어서 자기와 운전자가 자동차의 운행에 관하여 주의를 게을리 하지 아니하고, 피해자 또는 자기 및 운전자 외의 제3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으며, 자동차의 구조상의 결함 또는 기능에 장해가 없었다는 것을 증명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여 자기 차의 승객이 아닌 보행자나 다른 차의 승객이 사상된 경우에는 운행자 및 운전자에게 주의의무의 해태 없이 피해자나 제3자에게 고의·과실이 있고 또한 운행 자동차의 구조결함이나 기능장해가 없었음을 입증한 때에는 자동차사고로 인한 인명의 사상에 손해배상의 책임이 없다는 취지를 규정하고 있는바, 위 면책사유에 대한 입증책임은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에게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다64794 판결, 2005. 5. 13. 선고 2005다7054 판결 등 참조).

교통사고 손해배상사건에서 민법에 우선하여 적용되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에 따르면, 가해차량 운전자가 운행자로서 책임을 면하려면 가) 사고 당시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았고, 나) 피해자 또는 제3자에게 고의・과실이 있으며, 다) 자동차의 구조상 결함 또는 기능상 장해가 없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고, 이를 증명하지 못하면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운행자가 위 면책사유 조건들을 모두 충족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교통사고를 유발한 책임이 있는 자에게 보다 엄격한 책임을 묻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피해자에게 교통사고 발생 및 그로 인한 손해의 확대에 기여한 바가 전혀 없다면, 가해자는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고 그 책임을 제한할 사유도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법원의 책임제한 비율(과실비율) 결정

책임제한의 비율(예: 가해자 70%, 피해자 30%)을 정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재판을 담당하는 사실심(1심, 2심) 판사의 고유 권한(전권사항)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여서는 안 된다”고 엄격한 통제 기준을 두고 있는 만큼, 판사 마음대로 아무 비율이나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관련 글 : 대법원 ‘공제 후 과실상계’ 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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