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 발생하는 실제 사고 유형을 토대로 대법원과 법원에서 어떤 점에 주목하여 과실비율을 정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매일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가장 많이 통과하는 곳이 어디일까요? 바로 ‘교차로’입니다. 신호등만 잘 보고 가면 안전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만약 나는 파란불(녹색등)을 보고 정상적으로 교차로를 직진하는데, 갑자기 측면에서 빨간불을 무시하고 돌진하는 차와 부딪힌다면 누구의 잘못일까요?
당연히 “신호위반 한쪽이 100% 잘못이지!”라고 생각하시겠지만, 만약 내가 ‘과속’을 하고 있었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오늘은 억울한 교통사고 상황에서 과실비율이 어떻게 산정되는지, 실제 대법원 판례와 관련 하급심 판례를 통해 이와 같은 쌍방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사고 유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 대법원에서 말하는 ‘신뢰의 원칙’
교통사고 법리에는 일반적인 운전자를 보호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신뢰의 원칙’입니다.
쉽게 말해, 내가 교통법규를 잘 지키고 있다면 다른 사람도 잘 지킬 것이라고 믿고 운전해도 된다는 뜻입니다. 반대편 차가 예고도 없이 빨간불에 돌진해 올 것까지 미리 예상하고 브레이크를 밟을 준비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죠.
대법원에서 말하는 ‘신뢰의 원칙’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대법원 1998. 9. 22. 선고 98도1854 판결
이와 같은 도로 여건 하에서 피고인과 같이 녹색등화에 따라 왕복 8차선의 간선도로를 직진하는 차량의 운전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접속도로에서 진행하여 오는 다른 차량들도 교통법규를 준수하여 함부로 금지된 좌회전을 시도하지는 아니할 것으로 믿고 운전하면 족하고, 접속도로에서 진행하여 오던 차량이 아예 허용되지 아니하는 좌회전을 감행하여 직진하는 자기 차량의 앞을 가로질러 진행하여 올 경우까지 예상하여 그에 따른 사고발생을 미리 방지하기 위하여 특별한 조치까지 강구할 주의의무는 없다 할 것이고(대법원 1998. 6. 12. 선고 98다14252, 14269 판결, 1994. 6. 28. 선고 94도995 판결, 1993. 1. 15. 선고 92도2579 판결, 1990. 2. 9. 선고 89도1774 판결, 1985. 1. 22. 선고 84도1493 판결 등 참조), 또한 피고인이 제한속도를 지키며 진행하였더라면 피해자가 좌회전하여 진입하는 것을 발견한 후에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이 제한속도를 초과하여 과속으로 진행한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잘못과 교통사고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나의 진행 방향에 별도의 진행신호가 없는 경우(예컨대 비보호좌회전),상대방 차선에 명백한 정지신호(적색신호)가 점등되어 있던 상황에서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 상황을 확인하여 좌회전 하다가 신호를 위반한 차량과 충돌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신뢰의 원칙’을 적용하여 비보호좌회전 차량에게 아무런 과실이 없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대법원 2001. 11. 9. 선고 2001다56980 판결
신호등에 의하여 교통정리가 행하여지고 있는 교차로를 진행신호에 따라 진행하는 차량의 운전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차량들도 교통법규를 준수하고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믿고 운전하면 되고, 다른 차량이 신호를 위반하고 자신의 진로를 가로질러 진행하여 올 경우까지 예상하여 그에 따른 사고발생을 미리 방지할 특별한 조치까지 강구할 주의의무는 없으며(대법원 1998. 6. 12. 선고 98다14252, 14269 판결, 1999. 8. 24. 선고 99다30428 판결 등 참조), 이는 교차로에서 자신의 진행 방향에 대한 별도의 진행신호가 없다고 하여도, 다른 차량들의 진행 방향이 정지신호일 경우를 이용하여 교통법규에 위배되지 않게 진행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비록 위 부대와 아파트를 잇는 도로 차선에는 비보호좌회전 표시 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기는 하지만, 위 소외인은 이 사건 교차로 정지선의 선두에서 횡단보도의 보행자신호를 기다리다가 그 신호가 들어오자 교차로에 진입하여 좌회전하였다는 것인바, 그렇다면 소외인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가 정지신호를 위반하여 교차로에 진입하리라는 것까지 예상하여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까지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며, 평상시 부대에서 차량이 나갈 때 교차로 부근에서 근무하던 헌병이 일반차량을 통제하였다거나, 장수동 방면에서 중앙병원 방면으로의 도로가 약간 경사져 있어 진행하여 오던 차량이 그 속도를 이기지 못하여 그대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고 평소 차량통행이 많은 곳이라고 하더라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소외인에게 평상시처럼 일반 교통을 통제하는 헌병의 안내를 받아 교차로에 진입하거나(사고 당시에 일반차량에 대한 통제는 없었지만, 평상시에 헌병에게 일반적인 교통통제 권한이 항상 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직진차량이 있는지 전후좌우를 더욱 잘 살펴 교차로에 진입하여야 할 원심 판시의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에도 어렵다고 할 것이다.
더구나 원심에 의하면, 당시 원고 진행 차선인 장수동 방면에서 중앙병원 방면의 왕복 도로상에는 도로 정지선에 차량들이 정지하여 있었다는 것이며,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가 정지신호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출발하여 교차로에 진입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바(원고도 관련 형사사건의 조사과정에서, 당시 정지선에서 신호대기를 한 후에 출발하였다고 진술한 바 있다. 기록 63장 이하 및 225장 참조), 만일 그러하다면, 소외인으로서는 당시 원고가 이들 정지 차량 사이에서 갑자기 오토바이를 운전하여 교차로 상으로 진입하여 오리라고 예상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므로 소외인에게 이 사건 사고발생에 대하여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2. 하지만 과속을 했다면, 일부 과실이 잡힐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잠깐! 내가 파란불에 진입하긴 했는데, 제한속도를 훌쩍 넘겨서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 제한속도 50km/h인 도로에서 75km/h의 속도로 교차로에 진입하였다면?(제한속도를 20km/h 이상 초과하여 과속하다가 사고를 유발한 경우에는 민사상 과실이 산정됨은 물론, 형사처벌의 대상이 됩니다)
이때부터는 법원도 제한속도를 20km/h 이상 초과한 당사자에게 사고의 발생 및 손해의 확대에 기여한 책임을 묻게 됩니다. 스스로 교통법규를 위반하여 ‘신뢰의 원칙’을 깨버렸기에 보호받을 권리를 잃어버리는 것이지요.
물리학적으로 자동차의 충돌 시 발생하는 운동 에너지는 속도의 제곱에 비례합니다. 즉, 속도를 조금만 올려도 사고의 피해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므로, 사고의 발생 경위와 피해의 정도를 고려하여 과속한 당사자는 어느 정도의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이와 같은 유형의 사고에 대한 하급심 법원의 판례를 찾아 살펴보았습니다.
📊 실제 법원 과실비율 산정 판례 (신호위반 vs 과속)
| 법원 선고일, 사건번호 | 사고 장소 (제한속도) |
위반 차량 (실제 속도) |
법원 산정 과실비율 |
|---|---|---|---|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4. 5. 선고 2017나69405 판결 | 시속 60km | 시속 100~103km |
신호위반 90 : 과속직진 10
|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2. 14. 선고 2019나45816 판결 | 시속 50km | 시속 약 78km |
신호위반 80 : 과속직진 20
|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 13. 선고 2021나40661 판결 | 시속 60km | 시속 116km |
신호위반 80 : 과속직진 20
|
| 서울고등법원 2019. 12. 19. 선고 2019나2026005 판결 | 교차로 (속도위반) |
과도한 과속 (기록상 구체적 수치 미상) |
신호위반 70 : 과속직진 30
|
제한속도를 40km/h 이상 현저히 초과하는 ‘초과속’ 주행 시 과실비율이 더 높아질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합니다. 과속의 정도가 심하거나 충돌 회피 노력이 부족하다고 인정될 경우, 구체적인 사고 경위에 따라 30%까지도 과실이 잡힐 수 있습니다.
위 하급심 판례들의 주요 부분을 발췌해 보았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4. 5. 선고 2017나69405 판결
이 사건 사고는 야간에 신호등이 설치된 교차로에서 신호를 위반하여 직진신호에 좌회전을 한 원고측 택시의 주된 과실로 발생하였다고는 할 것이다. 그러나 … ① 이 사건 교차로는 제한속도가 시속 60km인 도로임에도 피고측 택시는 심야시간에 제한속도를 무려 40km 이상 초과하여 시속 100~103km의 속도로 주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갑 제8, 9호증), ② 피고측 택시가 제한속도를 준수하여 운행하였더라면 이 사건 사고 당시 신호를 위반하는 원고측 택시를 미리 발견하고 감속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사고를 회피하거나 재충돌로 인한 손해의 확대를 방지할 수 있었다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측과 피고측의 과실비율을 90:10으로 봄이 타당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2. 14. 선고 2019나45816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 13. 선고 2021나40661 판결
피고 차량의 운전자가 전방, 좌우를 주시하며 제한속도를 준수하여 진행하였더라면 이 사건 사고 지점 교차로에 진입하기 상당한 시간 전에 원고 차량이 신호에 위반 하여 피고 차량의 진행 방향으로 진입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고, 이후 원고 차량의 동태를 주의 깊게 살피면서 속도를 줄이고 핸들을 조작하는 등으로 원고 차량과의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조치를 할 수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며, 피고 차량의 과속으로 원고 차량에게 더 큰 충격을 가하였음은 분명하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는 원고 차량과 피고 차량의 과실이 경합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그 과실비율은 80:20으로 봄이 상당하다.
…
피고가 주장하는 신뢰의 원칙은 그 교통법규를 준수하더라도 결과가 발생할 것이 틀림없는 경우에 한정되는 것이고, 이 사건과 같이 피고 차량 운전자가 제한속도를 준수하였을 경우 과연 사고가 발생하였을지 의문시되고 그에 따라 그러한 의무를 불이행한 잘못과 사고 발생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까지 신뢰의 원칙을 적용할 수는 없다.
서울고등법원 2019. 12. 19. 선고 2019나2026005 판결
이와 같은 법리를 바탕으로, 이에 더하여 1 이 사건 택시 운전자 I이 제한속도를 지켜 진행하였더라면 상대방인 피고 B 운전의 이 사건 이륜차량이 신호를 위반하여 이 사건 교차로에 진입하는 것을 발견한 즉시 정차 또는 감속을 하여 기둥과의 충돌을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2이 사건 사고는 피고 B이 이 사건 교차로에 정지신호를 위반하여 진입하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3 피해자들은 모두 위 I 운전의 이 사건 택시에 승차하고 있었던 점 등을 보태어 보면, 이 사건사고 발생의 경위, 이 사건 이륜차량과 이 사건 택시 운전자들의 과실 내용 및 정도, 피해자들이 입은 피해 내용 및 정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이 사건 사고에 관한 책임비율을 피고 B 70%, 위 I 30%로 정한 제1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

3. 무과실이 가능한 경우 : 불가항력적 사고에 대한 구체적인 증명
그렇다면 과속해서 주행하다가 신호를 위반한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한 경우, 과속한 차량에게 항상 과실이 잡힌다고 할 수 있을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위법행위(과속)와 손해발생(충돌) 사이에 인과관계가 증명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만약 블랙박스를 돌려보니 내가 상대방을 발견한 거리가 너무 짧아서 “규정 속도를 칼같이 지키고 달렸어도 어차피 못 멈추고 부딪힐 수밖에 없는 거리”였다는 사실이 공학감정을 통해 입증되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와 같은 경우, 법원은 “과속이 사고 발생의 직접적 원인이 아니다”라고 판단하여 신호위반 차량의 일방적인 과실을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8. 11. 선고 2020가단5298085 판결
피고는 원고차량의 속도제한 위반 과실이 경합하여 이 사건 교통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을 5호증 교통사고분석서의 기재에 의하면, 이사건 교통사고 전 원고차량의 속도는 시속 약 88.5km이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 원고차량이 당시 주행하는 도로의 제한속도인 시속 60km를 초과하여 진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원고차량이 과속운행을 하였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는 이를 바로 이 사건 교통사고를 발생시킨 과실로 볼 수는 없고, 감정인 E의 감정결과에 의하면, 이 사건 교통사고 전 원고차량이 피고차량과의 충돌을 예건할 수 있었던 위치는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지점으로부터 약 20.5m였던 사실, 원고차량이 당시 주행하는 도로의 제한속도인 시속 60km로 주행하였을 경우 정지거리(공주거리 + 제동거리)는 약 26m인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어 원고차량이 이 사건 교통사고 당시 주행하는 도로의 제한속도인 시속 60km로 주행하였다 하더라도 이 사건 교통사고를 피할 수는 없었다고 보여 원고차량이 이 사건 교통사고 이전 시속 약 88.5km로 과속운행한 것을 이 사건 교통사고를 발생시킨 과실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교통사고는 피고차량의 일방적인 신호위반과실로 발생하였다고 판단되므로..
따라서 위와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검토하여 ‘과연 피할 수 있는 사고였는지 여부’를 잘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4. 주의사항 : 과속은 ’12대 중과실’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과실비율 10~20%가 인정되어 민사적인 책임으로 사건이 종결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자동차 보험으로 처리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무서운 것은 국가의 형사 처벌입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르면, 신호위반은 물론이고 제한속도 시속 20km를 초과한 과속 역시 ’12대 중과실’에 해당합니다.
만약 심야 교차로에서 과속으로 직진하다가, 신호위반 오토바이와 충돌하여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면?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교통범죄 양형기준에 따라 제한속도 20km/h 초과는 ‘특별가중인자’로 작용하여 형량이 대폭 늘어나고 실형을 살 수도 있습니다. 나는 파란불 직진 차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5. 결론 : 안전운전만이 살 길이다.
오늘 살펴본 대법원 및 하급심 판례들을 통한 시사점을 요약해 보았습니다.
- 규정속도, 규정신호를 준수하여야 ‘신뢰의 원칙’의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 하지만 과속하는 순간 ‘신뢰의 원칙’은 깨지고 과실이 잡힐 수 있습니다.
- 과속은 형사처벌(12대 중과실)의 대상이 되니, 조심해야 합니다.
교차로 진입 전에는 엑셀에서 발을 떼고 언제든 브레이크를 밟을 준비를 하는 서행 습관! 그리고 규정 속도를 지키는 여유로운 마음이 여러분의 안전과 지갑을 지킬 수 있습니다. 항상 안전 운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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